매일신문

[광고미학] (21)빼빼로데이 마케팅의 탄생 비화

빼빼로데이 마케팅, 지나친 상업주의 속 스토리 마케팅의 표본

'1포카가 돈 되네!'

매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 돈 버는 업체 관계자들이 짭짤한 수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돈이 돼도 엄청난 돈이다. 일종의 날짜 마케팅이다. 초콜릿을 신나게 팔아먹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사탕을 불티나게 파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 그리고 자장면을 팔아 돈은 남기는 4월 14일 블랙데이도 있다.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업체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다. 없는 날도 만들어내는 것이 요즘 추세다. 이런 날짜 마케팅의 극단을 달리는 사례가 바로 '빼빼로데이 마케팅'이다. 매출액이 상상할 초월할 정도라고 하니 관련업체에서는 사활을 걸고 달려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런 지나친 상업 마케팅이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한다.

이 빼빼로데이는 지나친 상업성으로 비난을 받을지라도 스토리 마케팅과 트렌드라는 측면에서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11월 11일을 얘깃거리로 만들어 이날은 온통 빼빼로가 세상에 넘치도록 만들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도 크게 어필해 상업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빼빼로데이는 롯데제과에서 만든 날이 아니다. 1994년 부산의 한 여중생이 숫자 1이 4번 겹치는 11월 11일에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면서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라는 의미로 빼빼로를 교환한 데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빼빼로 모양을 보고 연상시킨 한 소비자의 경험이 브랜드 스토리가 되어 날짜 마케팅인 빼빼로데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호재를 롯데제과가 놓칠쏘냐. 부랴부랴 상업적 마케팅에 착수했다. 대박이었다. 1996년 롯데제과의 홍보 담당자는 한 지방신문을 통해 빼빼로데이를 알게 되었고, 이를 대대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젊은 세대들 에게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빼빼로데이 덕에 롯데제과는 9~11월에만 연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판매하며 대박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빼빼로데이 특수다. 이에 더해 또 다른 스토리도 덧붙였다. 1983년부터 2004년까지 빼빼로는 총22억 개가 팔려나갔으며, 이것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 둘레를 120회 이상 돌고, 서울~부산을 5천 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빼빼로데이 마케팅은 파급 효과도 엄청났다. 워낙 큰 인기를 누리다 보니 일반 유통업체나 놀이공원, 영화관, 제과점 등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벌여 빼빼로데이에 편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실제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이날을 겨냥해 각종 이벤트 상품을 쏟아낼 정도라고 하니 이 빼빼로데이 스토리 마케팅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1111'. 이런 특정 기념일이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이렇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소비하기보다 이미지와 감성, 이벤트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연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고백할 명분이나 구실을 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나 대박으로 가는 필수 요소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빼빼로데이의 스토리 마케팅은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확산되어 지금은 국민 누구나 아는 전국적인 행사로 열리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벤트 데이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젊은 세대의 감성에 불을 질렀다. '11월 11일은 빼빼로가 여러분의 사랑과 우정의 메신저가 되어 드릴게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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