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밑줄 쫙∼ 핵심 콕∼ 귀에 쏙∼' 이색강사 3인3색

펀 경영연구소 신강훈 소장, 문화지킴이 고흥선 소장, 북방중국어학원 마잉

신강훈 펀 경영연구소장이 사무실 밖 주차장에 있는 깔때기 모양의 빨간 표시판을 들고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신강훈 펀 경영연구소장이 사무실 밖 주차장에 있는 깔때기 모양의 빨간 표시판을 들고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고홍선 우리 전통 문화지킴이 소장이 북과 북채를 손에 들고 평소 강의에서 하던 판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고홍선 우리 전통 문화지킴이 소장이 북과 북채를 손에 들고 평소 강의에서 하던 판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마잉 북방중국어학원 강사가 평소 강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마잉 북방중국어학원 강사가 평소 강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니 잘 안 된다"고 쑥스러워 했다.

"I am your energy."

대한민국 간판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만이 주는 에너지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에너지와 끼를 발산해 타인에게 즐거움과 동시에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특히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이 에너지가 엄청나겠지만 톡톡 튀는 강사들 역시 대단한 에너지의 소유자들이다.

경상도 방언 '시부리다'는 말로 소통을 강조한 '시브리제이션'을 만들어 낸 라이프 업 코칭센터 박순임(38·여·수성구 만촌동) 원장은 전국적인 스타 강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으며, 자칭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치료사' 권영복(48·동구) 씨 역시 웃음 폭탄 강사로 해피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고 있다.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 벼룩보다 더 톡톡 튀는 강사들이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전국 팔도를 누빌 만큼 실력도 있고, 인기도 있다. 강의 충실도와 즐거움에 더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주변에 수소문을 해 찾아낸 새로운 이색 3인방 강사들의 뇌 구조를 들여다봤다. 역시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타고난 끼를 무장한 DNA에다 후천적으로 개발된 자신만의 강의법으로 수강자들과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를 탄탄히 만들어내고 있었다. '3인 3색'의 매력 속으로 빠져 보자.

◆신강훈, 웃음의 포인트

웃음에도 포인트가 있다.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커피나 캔음료처럼. 언제 어디서든 톡 누르면 툭 하고 나오는 웃음에는 반전 기법, 허 찌르기, 반복, 기발한 애드립, 야릇한 개그 등이 있다.

대구 중구 소재 펀 경영연구소 신강훈(44) 소장은 이렇듯 웃음에 포인트를 잡아서 품격 있는 유머를 수강자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상황별,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40, 50대 주부에게는 조금 강도 높은 애로 개그를 선사하고, 60대 이상의 연령층에는 주로 건강에 관련된 웃음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쉽게 말하자면 필요하고 관심이 있는 것을 던져주는 것이다.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 쓸개가 빠졌냐? 왜 그리 헤프게 웃냐?" 신 소장은 이런 말을 싫어한다. 웃음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여긴다. '웃음은 헤프게.' 그는 "많이 웃을수록 좋고, 웃다 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주변 사람들도 기쁘게 한다"고 자신만의 웃음 지론을 밝혔다.

영남대 경영학과 학사-한밭대 창업경영대학원 석사-영남대 경영학 박사 수료로 이어지는 그의 학업 열정도 이채로웠다. KBS 아침마당, MBC 매거진, CBS 펀클럽 등에도 출연했으며, 현재도 대전 CBS에서 매주 고정 방송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LG필립스, 신한은행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해 해군사령부, 대한적십자사, 대구시청 등에서도 재치 있는 강의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의 개인적인 이력도 재미있다. 직업은 10년 단위, 자녀는 5년 단위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메리츠화재 교육팀에서 일하다 10년 전 톡톡 튀는 전업 강사로 변신했다. 자녀 현우(15), 가현(10), 여은(5)은 새마을운동 5개년 계획처럼 다섯 살 터울로 태어났다. '여호와의 은혜'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막내 여은이는 아버지의 명함에도 예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 소장이 떠난 자리에는 언제나 웃음과 따뜻함이 배어 있다. 그가 10년간 아니 메리츠화재 교육팀 경력을 포함해 20년간 내공을 쌓은 결과다.

◆고홍선, 우리 것이 좋아

"조선시대 남자가 왜 상투를 트는 줄 아십니까? 상투는 남근의 상징으로 이제 씨를 뿌릴 준비가 됐다는 남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고, 여자는 머리 한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머리를 틀어올려 비녀를 꽂는 것은 이제 씨를 받을 준비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좋은 전통입니다."

서구에 위치한 우리 전통 문화지킴이의 고홍선(49) 소장은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머리에는 전통적인 선비의 검은 갓을 쓰고 나타나 기자에게 자신의 강의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이 대목부터 가르친다고 했다. 7일 포항의 한 연수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대구로 오자마자 인터뷰에 응한 그는 판소리와 창(唱)을 곁들여 강의를 한다며 멋들어진 시범도 보여줬다.

우리 문화와 그 속에 녹아있는 삶의 대한 성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가르치는 전통문화 강사로 17년째 활약하고 있는 고 소장은 전국을 돌며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동방예의지국, 효의 나라 등 서구식 사고와 서양 문물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좋은 전통에 대해 해학이 깃든 열강을 하고 있다.

그의 강의 속에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등 춘향·심청·흥부·수궁·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이 녹아 있으며, 이를 들으면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인지 국악 공연을 보고 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뿌리를 버리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 소장은 이런 강의 철학을 바탕으로 대구에서 '도심 속에 청학동'을 열고 있으며, 학교나 사회교육원,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 전국을 돌며 우리 것을 전하고 있다. 강의료도 싸다. 평균 50만원. 여유가 있는 곳에는 200만원까지 받는다.

고 소장은 "황수관 박사는 건강과 의료에 관한 명강사로, 장경동 목사는 기독교단의 명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듯 '넒을 홍, 먼저 선' 고홍선은 우리 문화 명강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목사가 되기 위해 장로교단 신학대학을 졸업했지만 대학에서 사라진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에 대한 연구 욕망이 더 커지면서 전통문화 강사의 길을 걷게 됐으며, 이후 서예와 그림, 조각 등에도 조예가 깊어 전문가 이상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서예는 지역의 주요 사찰에 현판으로 걸릴 정도며, 기자의 얼굴을 잠시 보고서도 목상으로 조각이 가능할 정도란다.

◆마잉, 표정과 액션 개그

"이소룡과 성룡을 설명할 때는 그들 특유의 쿵푸 동작을 섞으면 머리에 오래 남고 쉽게 이해가 됩니다. 특히나 주로 동사를 설명할 때는 반드시 과장된 동작의 액션을 보여줍니다. 말로만 전하는 에너지는 온몸을 다 사용하는 에너지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중구의 북방중국어학원에서만 9년째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마잉(42) 강사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도시에서 효율적인 강의를 하기 위해 나름 특유의 강의법을 개발했다. 물론 그가 지향하는 바는 성실하게 잘 가르치는 것이고, 수강생들을 지루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이다.

마 강사는 자신의 수업법에 대해 첫째 재밌게 수업하는 것, 둘째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 셋째 수강생이 많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취하다' '배가 너무 부르다' '간절히 바라다' 등을 설명할 때는 반드시 온몸을 활용한 동작을 같이 한다. 물론 효과는 그냥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배가 된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과묵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 대구 특유의 특성 때문인지 질문도 잘 하지 않으며, 강사가 먼저 질문을 해도 단답형이나 퉁명하게 대답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마 강사는 사실 표현력이 더 강해졌다. 그는 "대구 사람들이 속으로는 정이 많고, 다 이해해 준다고 믿기 때문에 좀더 오버해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허베이성(하북성) 승덕시 출신의 마 강사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중국 출신 대구사람'으로 불릴 정도로 친근함을 바탕으로 북방중국어학원 내 성실한 원어민 강사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박규열 북방중국어학원장은 "마 강사가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는데다 즐겁고 신나게 강의를 하다 보니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강사마다 특징이 있지만 아무래도 성실히 가르치면서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 강습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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