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반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천안함 폭침에 이은 북한의 첫 민간인 공격, 이어지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예고 등 한반도가 6·25 이후 60년 만에 휴전 정국에 금이 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실제 국민들의 느끼는 전쟁 체감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매일신문사는 6일부터 4일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한반도 전쟁 가능성 여부' 등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대다수 국민들은 연평도 도발 이후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전쟁 가능성 또한 예전에 없는 높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전쟁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의견과 다소 낮다는 의견이 각각 44%, 43%를 차지하며 팽팽히 맞섰다. 전쟁 가능성이 매우 높다와 매우 낮다는 응답 역시 3%와 8%로 전체 응답자 중 차지하는 비중이 엇비슷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인 것으로 집계됐다. 결론적으로 2명 중 1명 꼴로 전쟁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남성 응답자의 50% 이상은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반면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여성 응답자는 25% 정도로 남녀의 전쟁에 대한 시각 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별로 전쟁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는 층은 20대와 30, 40대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20%), 20대(50%), 30대(48.1%), 40대(53.1%)가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고, 6·25 전쟁을 겪은 세대가 있는 50대 이상에서는 33.3%만이 전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쟁의 양상에 대해선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서해5도 등을 중심으로 한 국지전이 될 확률이 75%로 가장 높았고, 전면전(18%), 핵전쟁을 포함한 전면전(7%)은 그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답했다.
또 전쟁이 일어난다면 싸우겠다는 의견(68%)이 이민 등 싸우지 않겠다는 의견(9%)보다 많아 안보 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남성 응답자의 71.6%가 싸우겠다고 응답해 여성(41.67%)보다 높았고 10대 40%, 20대 64.3%, 30대 55.6%, 40대 65.6%, 50대 이상 77.7%가 싸우겠다고 응답해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보 의식이 투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대의 높은 안보 의식은 군복무 세대라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30대의 경우 이민가겠다(22.2%)는 응답자들이 타 연령층에 비해 유독 많아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계속 강력 도발을 유지할 때의 대응 책으로는 70%의 응답자가 즉각적인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답했다. 확전을 피하는 방어적 대응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은 25%에 불과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더 이상 당하고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북한의 이번 공격에 대응하는 정부와 군 당국의 조치에 대해서는 85%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5%였다. 이 같은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대통령의 냉·온탕식 확전 발언 논란,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군의 방어 및 응전 태세 허점 실태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바람직한 대응 방법으로 대북강경책(76%)을 꼽았고, 햇볕정책(22%)을 지지하는 응답은 미미했다. 강경 대응 응답은 남성(65%)이 여성(13%)보다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10대(60%), 20대(64%), 30대(66%), 40대(75%), 50대 이상(89%)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도 도발의 핵심적 이유와 배경으로는 응답자의 65%가 '김정은 세습 체제 확립을 위한 내부 결속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남북관계 단절 등 남한 정부에 대한 대북 정책 불만과 핵시설 공개와 맞물린 대미 협상용이라는 응답은 각각 20%, 13%에 머물렀다.
남북통일은 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62%)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10년 이내(31%), 5년 내(7%) 순으로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단기간 내 남북통일은 어렵다는 반응이 높았다. 북한의 후계(김정은)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쿠데타 가능성이 높다(65%)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다는 응답도 34%에 달했다.
오창근 대구대 교수는 "대북 강경 입장에 비해 전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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