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잦다. 환자만 급하고 의사는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 역시 피로감을 호소한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 전공의는 "식사를 제때 못하는 것은 헤아릴 수도 없고, 자칫 환자 응대를 잘못했다가는 멱살을 잡히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절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휴식은 아예 없다"고 했다.
◆특정 대형병원 치우침 현상 심각
충남대 의대 응급의학교실 유인술 교수가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서울대·전남대·충북대병원 등 4개 '권역응급센터'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4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권역응급센터'는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이다. 이곳 의료진 10명 중 8명이 '응급실 과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급실 과밀화는 일반적으로 '환자가 6시간 이상 복도나 바닥에서 진료받거나 의사를 만나기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 입원 대기환자 수가 병상의 30% 이상인 상태' 등을 말한다. 자칫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 응급환자의 처치가 지연돼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주일에 4일 이상 과밀화 현상이 발생한다고 답한 사람도 75.5%에 달했다. 환자 및 보호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4대 병원 응급실의 환자 및 보호자 491명에 대한 조사에서, 78.1%가 응급실이 과밀하다고 답했다.
경북대병원은 79.6%로 충남대병원 84.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요일 중에는 월요일(43.6%), 시간대로는 오후 4~8시(40%)가 가장 붐비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권역응급센터에 비해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파티마병원, 보훈병원 등 지역응급센터의 과밀화 경험 비율은 68%대로 크게 낮았다. 지역응급센터가 결코 한가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덜 붐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무조건 선호하고, 지역 간 응급의료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북대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다른 대형병원 응급실을 거쳤다가 오는 경우가 전체 응급실 환자의 20%에 이른다"며 "하지만 의료진이 있는지,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한 확인을 한 뒤 환자를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수술할 의사가 없다
이는 지역응급센터만의 책임은 아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병원을 찾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0~2012 응급의료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응급환자 이송의 신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응급환자를 옮길 때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뤄진 경우는 37% 정도이고, 의료진의 조언이 있는 경우는 3%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이송 중 부적절한 병원을 택한 경우는 무려 7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병원을 잘못 찾아갔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의 사망률은 7.4%로 직접 병원을 찾아간 환자의 사망률 1.7%에 비해 무려 4배나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의료진 절대 부족도 한몫을 한다. 당장 수술이 필요해도 의사가 없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외과 전공의는 정원 30명 중 22명밖에 안 된다. 다른 병원은 더욱 심각하다. 영남대병원은 24명 정원에 10명, 계명대 동산병원은 24명 중 12명, 대구가톨릭대병원은 12명 중 5명만 있을 뿐이다. 흉부외과의 경우, 전공의 정원의 절반은커녕 충원율이 12~25%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의사를 포함해 의료진 5명 이상이 필요한 손가락 접합수술은 물론 맹장염 수술조차 대학병원에선 응급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전달체계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병원을 전전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다.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류현욱 교수는 "복지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1339정보센터를 구축하고 응급환자 진료정보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의료기관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갈수록 전문화·분업화하는 의료현실에서 이런 정보들을 통합 처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지만 지역 의료기관 간에 이송 단계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전달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