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덮친 농가를 한 번 더 짓밟은 꼴"

안동시의회 내년 축산예산 7억 대폭삭감 거센 비난

"구제역 광풍으로 안동지역 축산농가들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와중에 축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축산 농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입니다."

최근 안동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각종 축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지자 축산농가들이 "축산농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처사" "구제역으로 엎어진 농민을 또 한 번 짓밟은 꼴"이라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안동시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통해 '브랜드축산물 유통센터 건립에 따른 지원비' 5억원, '제12회 안동한우홍보사절 선발대회' 예산 1억원, '가축전문운송차량 구입 지원비' 3천만원 등 축산 관련 예산 7억여원을 삭감했다.

특히 의회는 해마다 지원해오던 '축산농가 해외 기술연수' 예산 1천500만원도 이번 구제역 발생 원인이 축산인들의 무분별한 해외 여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삭감처리했다. 의회는 또 해마다 풍산장터에서 마련해오고 있는 '한우축제' 지원 예산을 비롯한 몇몇 농·축산 분야 예산도 전액 없앨 방침이었으나 농·축산 관련 단체장들의 항의로 그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동지역 축산단체 관계자 A씨는 "의원들이 상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안동시 전체 예산이 6천억원이 넘는 가운데 농·축산 관련 예산 몇억원 삭감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특히 구제역으로 농민들이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축산 관련 사업은 오히려 장려하고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축산농 B씨도 "구제역을 이유로 해마다 추진해오던 축산농가 해외 기술연수를 중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구제역으로 안동지역에서 키우는 전체 소 가운데 30%, 돼지는 85%가 살처분되는 등 축산업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안동 한우'를 홍보할 아가씨(홍보대사)를 선발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구제역 피해 축산농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생계안정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안동시의회 C의원은 "전체 축산업과 축산농들을 위한 사업 예산은 삭감하지 않았다. 축협을 통한 지원 예산과 구제역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축산 홍보의 필요성이 약화됨에 따라 결정된 일"이라며 "벌써부터 축산농들의 반발이 있는 만큼 예결위를 통해 일부 예산은 되살릴 것으로 본다"고 얘기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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