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고 오는 말

노인 부부가 내를 건너며 서로 업어주다 나눈 이야기다. 먼저 업힌 쪽이 무겁지 않으냐며 말을 건넸다. 대답인즉 '머리는 돌에 얼굴에는 철판을 깔았지, 간덩이도 부었고 게다가 강심장이니 어찌 무겁지 않겠느냐'였다. 업고 업힌 상황이 바뀌자 이번에는 가벼운 이유가 화살이 된다. '골은 비었고 허파에 바람은 잔뜩 들어있는데다 쓸개는 빠졌고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니 가벼울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답이 돌아왔다. 평생을 같이 산 '영감-할매'의 사이에도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는 유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것이야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살다 보면 가깝고 친한 사이에서도 하찮은 말 한마디로 싸움이 벌어진다. 좋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에서 나오는 말은 늘 고운 말만은 아닌 탓이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권은 말싸움도 다반사다. 정당의 대변인은 말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치인들도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는 진리를 잘 안다. 그러나 배운 대로 실천하면 스스로의 존재감이 없다고 여긴다. 당연히 말싸움도 국민의 요구라 한다.

예산안 파행 처리 이후 여야의 말싸움이 거칠어지고 있다. 길거리로 나간 야당은 여당의 안하무인격 행동을 목청 높여 욕한다. 일부 예산의 누락으로 곤욕을 치른 여당도 야당 핵심 인사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여야 간 언쟁은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될 터다. 이런 말싸움의 와중에 다시 대통령의 형이 표적이 됐다.

형님 예산을 비난하는 민주당이 어제는 '형님 예산이 10조 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1천300억~1천400억 원이던 것이 1조 원을 거쳐 10조 원 이상대로 껑충 뛴 것이다. 포항 울릉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나 계획된 사업을 몽땅 합친 계산법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시작된 사업도 포함했다.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자 야당 일각에서조차 너무 부풀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의 형은 억울하다는 심정을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나온 말'이라고 대신한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 연결 고리다 보니 편하고 좋은 말만으로는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그러나 억측과 폭언은 언제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 남의 치부도 들추려 한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의 말싸움은 뭔가 달라야 한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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