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여성노숙자 눈에 띄게 늘었다

동대구역 4,5명·대구역 1명…市·지원단체, 뾰족한 대책없이 지켜보기만

동대구역에서 오랫동안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고령의 여성 노숙인이 밤 늦은 시간, 잠 못 들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동대구역에서 오랫동안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고령의 여성 노숙인이 밤 늦은 시간, 잠 못 들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지역에 여성 노숙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이 노숙하고 있는 곳은 코레일 대구본부 주요역 주변이 대표적인데 현재 파악되고 있는 바로는 동대구역에 4, 5명 그리고 대구역에 1명의 여성 노숙자가 있다. 그 외에도 여성 노숙자들은 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분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예측을 하기는 힘들다.

동대구역의 경우 '비둘기 할머니'라고 불리는 73세 고령의 한 할머니는 벌써 6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기자가 관찰해 보니 놀라울 정도의 규칙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생활 패턴을 갖고 있었다. 정신 이상으로 보이는 여성 노숙인도 있다. 모피 코트를 입고 있어, 겉으로 봐서는 전혀 노숙자라고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식사 시간이 되면 편의점 앞 바닥에서 컵라면을 먹으면서 알아듣기 힘든 이상한 말을 혼자서 한다. 또 다른 여성 노숙자도 밤이면 나타나 남성 노숙자와 함께 역사 곳곳에서 자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동대구역에서 이들을 담당하는 한 역무원은 "여성 노숙자의 경우 함부로 다루기도 힘들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노숙생활을 청산하지 않는 한 강제로 내쫓을 수는 없다"며 "비둘기 할머니의 경우 동대구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대구역에도 여성 노숙자가 1명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역의 경우 주변에 무료 급식소가 많아 겨울철이 되면 노숙자가 50여 명 가까이 늘어나는데 이 중 이 여성 노숙인은 비상계단이나 통로 입구 등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대구역 인근에서 노숙할 때도 있고, 다른 곳에서 잘 때도 많다.

코레일 대구본부 대구역 이해경 부역장은 "예전과 달리 여성 노숙자가 있다는 것이 씁쓸한 풍경이지만 승무원을 괴롭히는 행동을 막고, 계도 활동을 하는 것 외에 역 차원에서는 도와줄 방법이 없다"며 "이 한 명의 여성 노숙자는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며 주거지가 있는데도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 노숙자가 늘어나는 데 대해 대구시나 노숙인 지원 단체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 실제 올해 8월 기준으로 대구시에 등록된 노숙인은 거리 노숙인 176명, 쉼터 노숙인 126명 등 모두 302명인데 이 중 여성 노숙인에 대한 통계는 빠져있다. 남성과 달리 도와줄 대책조차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PC방과 만화방, 고시원 등에서 지내는 예비 여성 노숙인 역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구 여성노숙자 쉼터인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장유환 사회복지사는 "시에서 파악한 외에 따로 여성 노숙자에 대해 파악된 자료는 없으며, 대구역이나 동대구역 여성 노숙자들의 경우 이곳으로 찾아올 경우에는 거처를 제공하는 등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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