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과 건강] 입냄새

칫솔질'치과치료 후에도 입냄새 줄지 않으면 건강상태 체크해야

몸에서 나는 냄새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입에서 나는 구취다. 건강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약한 냄새는 생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입냄새가 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평소 칫솔질도 열심히 하고 치과에서 스케일링 등 여러 가지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냄새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입에서 달콤 시큼한 과일향이 나면 당뇨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가족력으로 당뇨가 있을 경우에는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인슐린이 부족해 적절한 에너지를 얻지 못하면 인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케토산'이라는 독성물질이 축적되면서 입에서 달콤 시큼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계란이 썩는 듯한 역한 냄새는 간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간에 문제가 생기면 황화합물인 '메르갑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돼 '메르캅탄'이 입과 코를 통해 배출되면서 입에서 구린내가 발생한다. 생선비린내 같은 냄새가 나면 이비인후과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다. 코와 귀에 녹농균(중이염 등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번식하면 입에서 생선비린내 같은 구취가 발생한다.

반면 입 속이 마르면서 진한 침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침이 부족하게 되면 음식 찌꺼기나 세균이 입 안에 그대로 머물러 냄새를 유발하게 되는데 지속적으로 수분을 섭취해 주면 증상이 사라진다.

노인들의 경우 갑자기 냄새를 맡지 못하면 파킨슨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 퇴행성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4만여 명에서 2008년 6만6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주로 60대 이상 노인에게 발병하는 파킨슨병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으로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손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은 후각 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9명은 후각 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이 손발이 떨리는 등의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뇌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후각을 관장하는 전두엽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태평양보건연구소(PHRI)의 웹스터 로스 박사팀은 지난 2008년 "파킨슨병이 시작되기 최소 4년 전부터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신호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행 장애 등의 파킨슨병 증세가 경미해 진단이 어려울 경우 후각장애 여부로 파킨슨병에 대한 보조적 진단을 할 수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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