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의 안성모 하나농산 대표의 삶은 '배나무 인생'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성공하겠다고 도시로 떠났지만 안 대표만은 고향에 남아 29년 동안 배 농사에만 매달렸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했고 초기 여러 번의 실패로 좌절도 맛봐야 했다.
이제는 매년 150t의 친환경 배를 생산하고 있다. 추석 때 팔고 남은 것은 저장고에 넣어 다음해까지 싱싱한 상태로 판매한다.
배는 명절 때 외에는 잘 먹는 과일이 아니어서 저장 기술이 발달한 과실이다. 안 대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배를 자주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술과 빵으로 만드는 일이 있지만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보고 싶었다. 배 말랭이가 탄생했다. 수분이 많은 배의 특성상 사과 말랭이만큼 알려지지도 않았고 시장에 나온 상품도 거의 없었다.
처음 배 말랭이를 시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과 말랭인가? 맛있네! 음…, 감자칩인가요?"
배 말랭이라고 설명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생배를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시원하고 아삭거리는 쫄깃하기 때문이다. 색깔도 노랗지 않고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다. 배의 당도가 높을 경우에는 곶감에 하얀 분이 묻어나듯 당분 가루가 밖으로 나와 더 하얗다.
배 말랭이는 무엇보다 변비에 좋다. 또 인공 감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아이들 간식용으로 훌륭하다.
배 말랭이를 통해 배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배의 가치가 높아졌으면 하는 것이 안 대표의 바람이다.
주변에서 이제는 돈도 벌었으니 편하게 살라고 한다. 은퇴해 귀농한 친구들은 그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안 대표는 "배를 상품화하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와서 같이 하자. 누구라도 환영한다"고 말한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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