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힘든 구간이 있다. 이른바 깔딱고개로 불리는 지점이다. 깔딱고개만 넘어서면 정상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갈 수 있다. 갓바위 계단에도 깔딱고개가 있다. 정상을 불과 100여m 앞둔 지점이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쉼터가 조성돼 있고 비닐로 둘러진 조그마한 찻집도 자리 잡고 있다. 갓바위를 자주 오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쉬면서 차를 사 마신 경험이 있는 곳이다.
찻집 주인은 정복세(63·대구 동구 공산동) 씨다. 30년 넘게 한곳에서 차를 팔았으니 단골이 많다. 가끔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가면 자신을 먼저 알아보는 단골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정 씨는 전문산악인이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산을 탄다. 60세를 넘기면서 해외 원정 산행은 다니지 않지만 국내 산행은 꾸준히 다니고 있다. 국내외 웬만한 명산은 다 가봤다는 그가 찻집을 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결혼을 하면서 더 이상 떠돌 수 없어 정착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일터인 갓바위에 오른다. 오전 7시30분 찻집 문을 연 뒤 해가 지면 찻집 문을 닫고 내려온다. 그도 갓바위를 찾는 여느 사람들처럼 수시로 기원을 드린다고 한다. 산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족들이 모두 평안하고 산에 드는 모든 사람들이 무탈하게 돌아가는 것이 새해 소망입니다"라고 말했다.
갓바위 정상에서 선본사~약사암 코스로 내려오다 보면 군밤을 판매하는 서옥난(여·경북 경산시) 씨를 만날 수 있다. 서 씨가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군밤은 단내 나는 입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달콤한 밤맛과 훈훈한 인정에 반해 군밤을 사다 보면 어느새 단골이 된다. 기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서 씨는 끊임없이 단골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서 씨가 이곳에서 군밤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이다. 식당 운영이 여의치 않아 시작한 일이 군밤장사였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군밤을 판다. 일이 없는 날이면 남편까지 가세해 부부가 함께 군밤을 판다. 군밤 장사의 특성상 여름은 비수기, 겨울은 성수기다. 하지만 겨울 성수기 장사도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특히 밤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군밤 가격(한 봉지 3천원, 두 봉지 5천원)은 몇 년째 올리지 않아 갈수록 재미가 없다고 한다. 새해 소원을 묻자 서 씨는 "장사하는 사람 새해 소원 따로 없어요. 자식들 건강하고 장사가 잘되면 그게 제일 좋지요"라며 웃었다.
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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