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산업 허가제…구제역도 농가탓?

"원인 파악 못해" 반발

농림수산식품부가 현행 '축산업 등록제' 대신 내년부터 축산 관련 기본 소양과 요건을 갖춰야만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축산 농가들이 가축 질병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덮어씌우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우·낙농·양돈·양계 등 축산 농가들은 농가 방역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 등 허가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이 농가 퇴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축산업 허가제 도입이 축산 농가를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축산업 허가제'는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의 모든 책임을 축산농들에게 덮어씌울 우려가 크다는 것이 축산 농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안동에서 처음 발생했던 구제역에 대한 감염 경로와 원인이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축산농들의 해외 여행이 원인'이라 추정, 발표했던 정부의 태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배용덕(56·문경 산양면) 씨는 "이번 구제역 확산의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대책 마련은커녕 농가들의 근심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며 "정부는 오히려 방역관리에 대한 허점을 보완하고 구제역 사태로 의욕을 잃은 농가들이 재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농 김영환(62·안동시 일직면) 씨는 "축산농들의 방역 교육 강화 등 실질적인 농장운영에 대한 과학적 정책과 제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구제역은 일정 정도 검역당국의 초기 검역 오류나 방역 실패에 대한 여론도 있다. 축산농들을 옥죄는 제도는 우리나라 축산업을 후퇴시키는 처사"라고 했다.

전국한우협회 김현권 의성군 한우협회장은 "정부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대응하는 방법에 있어 현장감각이 떨어진다. 축산업 허가제 등을 졸속으로 추진하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 전문가 의견 등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김재수 차관은 "축산업 허가제는 어려움에 빠진 축산인들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며 "다만 축산농들도 이제는 구제역 등 가축 질병에 대한 방역 의식을 높여 달라는 취지에서 도입하는 것"이라 밝혔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의성·군위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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