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 읽기] 의사규칙과 법률 제정

미국의회가 작동되는 방식은…

#월터 올레젝 저/ CQ 출판사, 2010

지난달 초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집권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63석을 잃어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했다. 민주당으로서는 1938년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공화당에 80석을 빼앗겼던 것 이래 최대 패배이며, 클린턴 대통령 당시 1994년 하원 54석을 잃었던 참패를 넘어서는 결과이다. 상원에서는 6석을 잃었지만, 53석으로 다수당의 지위는 유지했다. 다만, '필리버스터'라고 불리는 고의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을 수 있는 60석의 확보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양원제는 헌법 제정 당시 연방파와 반연방파 사이의 일종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인구 비례에 따른 '대표'를 위한 하원과 각 주들의 동등한 권리 및 법안 심의의 '숙고'를 위한 상원을 두고, 하원과 상원의 합의를 통해 법률을 제정하도록 한 것이다. 법률 제정을 위한 하원의 의사규칙은 질서 있는 법안 심의를 통한 다수 의지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반면, 상원의 의사규칙은 심도 있는 법안 심의와 소수 권리의 보호를 목표로 한다. 당연히 상원과 하원의 의사규칙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했지만, 상원은 여전히 민주당이 다수파다. 민주당 입장에서 소수파인 하원에서의 험난한 의사일정이 예상된다. 그러나 다수파인 상원 역시 만만치 않다. 필리버스터 이외에도 '홀드'라는 비공식 의사진행 방해 제도 때문이다. '홀드'는 1명의 상원의원이라도 지도부와의 전화, 이메일, 면담 등을 통해 의사 일정의 보류 혹은 연기 요청을 할 경우, 의사일정 전체를 정지하게 된다. 이 경우 다수파라 할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만큼 소수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호된다. 최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이 제도의 폐지 논의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터 올레젝의 저서 『의사규칙과 법률 제정』은 1978년 발간 이래 지속적으로 개정판을 내놓고 있는 의회 의사규칙 관련 최고의 권위서다. 매우 복잡한 법률 제정 절차 속에서도 질서 있는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미국 의회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가득한 책이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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