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Joey & Leah의 좌충우돌 온누리 탐험기] <14>인도차이나반도로

캄보디아 비자 '복불복 급행료'…"나만 아니면 돼!"

2010년 10월 11일 오후 5시 코치(Ko chi) 국제공항. 에어아시아 204호기가 이륙 준비를 했다. 리아와 나는 정든 곳을 떠나는 아쉬움보다 새로운 세계로 다가서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5개월여의 인도 여행으로 이미 몸도 마음도 떠날 준비가 된 상태였던 모양이다.

◆쿠알라룸푸르, 짧지만 강한 여운

쿠알라룸푸르는 캄보디아 가는 길에 들른 경유지였다. 배낭여행족 사이에서는 이미 명성이 자자한, '세계 최고의 저가항공사'라는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아침 비행기 타기 전까지 약 7시간의 짧지 않은 대기 시간.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었다.

5시간 야밤 나들이를 한 쿠알라룸푸르는 매우 인상적인 도시였다. 무엇보다 입국 절차가 너무나 간소했다. 무비자 90일! 인도 비자를 받기 위해 서울에서 갖은 고생을 다했던 것을 생각하면 딸랑 도장 하나로 3개월간의 자유가 주어지니 비교할 바가 아니다.

화려한 조명으로 잠들지않는 도시 분위기도 달랐다. 새벽 1시,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인 부킷 빈탕(Bukit Bintang)의 클럽 거리는 휴식을 취하는 젊은 남녀들로 넘쳐났다. 옥상 바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은 '24시'를 광고하고 있었다. 너무나 단조로웠던 남인도의 밤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중국 화교들이 운영하는 노상 식당가도 인상적이었다. 밤 11시가 되면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았던 인도가 아니었던가! 새벽 2시, 식당에서 맘껏 주문을 하고, 여기에 포도주까지 곁들이니 '정말 인도를 떠났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앙코르와트의 도시로

날밤을 새우고 캄보디아 씨엠립(Siem Reap)에 도착했다. 오전 9시. 비행기에서 내리니 아침 기운이 선선하다. 이른 시각이라서 그런지 씨엠립의 첫 느낌은 한산했다.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북적대지도 않았다. 그래도 건물이 꽤 멋스러웠다. 몇 년 전 캄보디아를 다녀 온 직장 동료가 "자본이 없어 외국인 투자를 통해 건물을 짓고 장기간 운영권을 준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통화(通貨) 자체도 자국 돈인 리엘보다 미국 돈을 더 많이 쓰는 나라이니 그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캄보디아 입국 시 첫 관문은 비자 신청이다. 캄보디아 비자는 미리 신청하거나 입국 시에 신청하면 된다. 난생 처음 해보는 거라 괜히 떨리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쉽다. 신청서 작성하고 사진 붙여 수수료와 함께 제출하면 몇 분 만에 비자가 발급된다. 스티커로 된 비자를 여권에 붙이고 도장만 찍으면 끝.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정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불평하는 건데, 비자를 담당하는 이민국 직원들이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1달러 정도인데, 큰 돈은 아니지만 왠지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부는 비자신청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고 얼마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도 '복불복'이라는 점이다. 이런 요구를 받지 않았다는 여행객들도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안 내도 비자 발급에는 큰 지장이 없는 모양이다. 경험담을 들어 보면 '비자를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내주더라' 정도이다. 우리도 공식 수수료 20달러 말고는 따로 낼 필요는 없었다. 아무래도 입국 신고서 직업란에 쓴 '저널리스트'(Journalist)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외국인 천국 씨엠립

씨엠립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관광산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앙코르와트(Angkor Wat) 때문이다. 일찌감치 세계의 여행객이 몰려든 덕에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바같이 이들을 상대로 하는 편의시설도 많이 있다.

관광객이 많은 만큼 물가가 비쌀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도미토리 형식의 게스트하우스는 하룻밤 최저 3달러면 묵을 수 있다. 웬만한 음식도 5달러 이하로 푸짐하게 해결할 수 있다. 보드카, 진, 럼 등 전 세계 각종 주류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 보니 소주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5개월여 동안 구경할 수 없었던 소주를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전반적으로 물가가 싼 캄보디아에서 비싼 것이 있다면 바로 전기. 전력이 부족해 인근 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전기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이 한국의 5배라는 얘기가 있는데, 캄보디아 국민의 생활수준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산업계 생산 원가의 30%를 차지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에어컨 딸린 방을 이용하게 되면 요금이 기본 5달러는 더 지불해야 한다.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도 밤에 전등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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