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엄마라고 불러졌을 때
뒤꿈치를 물린 것 같이 섬뜩했다
말갛고 말랑한 것이 평생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하니
어디든 도망가고 싶었다
너무 뜨거워서
이리 들었다 저리 놓았다 어쩔 줄 모르다가
나도 모르게 들쳐 업었을 거다
아이는 잘도 자라고 세월은 속절없다
낯가림도 없이 한 몸이라고 생각한 건 분명
내 잘못이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이 복음이었나
앞만 보고 가면
뒤는 저절로 따라오는 지난날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깜깜 무소식이다
그믐이다
어둠은 처음부터 나의 것
바깥으로 휘두르던 손을 더듬더듬 안으로
거두어들였을 때 내가 없어졌다
어둠의 배역이
온전히 달 하나를 키워내는 것, 그것뿐이라면
그래도 좋은가, 지금
'엄마'라는 말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 부르는 사람은 자꾸 부르고 싶을 만큼 정말 좋은 말. 그러나 엄마가 된 사람은 어떨까. "처음 엄마라고 불러졌을 때/뒤꿈치를 물린 것 같이 섬뜩했다"는 말이 어찌 이토록 공감일 수 있을까.
엄마라는 사람은 뭐든 참아야 하는 사람, 엄마라는 사람은 아플 수도 없는 사람, 엄마라는 사람은 새까맣게 탄 영혼까지도 내밀어야 하는 사람이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젊은 엄마가 되었을 때 불현듯 밀려오는 희생과 노역의 무게가 무서워 도망가고 싶기도 했지만.
저 말랑말랑한 것들을 단단하게 길러내기 위해 엄마는 어둠을 마셔야 하는 것. "그 어둠의 배역"을 마다 않고 여기까지 오신 모든 엄마께 바치는 외롭고 아픈 노래. 내가 다 없어져도 기꺼이 좋은가 나여! 엄마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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