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이름이 싫어서 부모님께 투정을 부리면 '넌 항상 아이같이 지내라'고 하면서 달래곤 하셨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부모님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한문으로 이름을 쓸 때 '아이 아(兒)'로 적는데 요즘 현풍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니까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선생님의 보조 역할까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럽습니다. 입학 당시엔 마냥 울기만 하던 울보 건이가 어느덧 언니, 오빠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 그림이 엉망이던 채린이도 이젠 예쁘게 공주를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배가 아플 때면 내게 쪼르르 달려옵니다. 내가 손을 옷 속에 쑥 넣어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쓱쓱 문질러 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며칠 전엔 다정이가 '할머니, 이가 흔들려요'라며 이를 뽑아달라고 하대요. 선생님과 학부모의 승낙을 얻은 뒤에 실로 이를 뽑아주었어요. 예쁜 봉투에 뽑은 이를 싸서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믿고 따라주니 무척 즐겁습니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보람이에요.
유치원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걸 배우지만 때로는 시어머니 입장에서 인생 상담을 해주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유치원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잘 해내도록 해야겠어요.
3세대 하모니 교육정책 사업 자원봉사자 박아(59)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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