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입학하게 된 유지원(19·여) 씨는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작은아버지가 대학 입학 선물로 사주기로 한 신형 스마트폰을 어떤 제품으로 구입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친구들에게 신형 스마트폰 관련 정보를 구하는 한편 인터넷을 통해서도 어느 제품의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10일 오후 동성로에서 만난 유 씨는 "디자인과 브랜드 선호도가 앞서는 제품을 살지 아니면 실제로 사용하기 편리하고 각종 애프터서비스도 좋은 실속있는 제품을 살지 고민 중"이라며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가격 등을 면밀히 비교해 최종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차세대 개인휴대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단말기 생산업체와 이동통신사업자 사이의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는 똑똑한 휴대전화기(스마트폰 : smart phone) 시장에서의 경합은 더욱 불꽃을 튀긴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IT)전문가들은 2009년 50만 대, 지난해 740만 대 수준이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올해 말에는 2천500만 대 수준으로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체집계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에만 약 170만 대의 스마트폰이 팔렸다. 스마트폰 매출은 국내 휴대전화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비중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Galaxy) 시리즈와 애플(Apple)사가 KT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아이폰(iPhone) 시리즈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팬택의 베가(Vega) 시리즈와 LG전자의 옵티머스(Optimus) 시리즈가 선두권 진입의 기회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원조와 토종의 치열한 다툼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원조 스마트폰인 아이폰 시리즈와 토종 스마트폰 간 경쟁구조다.
애플사는 2009년 11월 휴대용 컴퓨터에 가까운 신개념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초기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맹위를 떨쳤다.
아이폰 일색이었던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 5월 팬택이 시리우스, LG전자가 옵티머스를 출시하며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2011년 2월 현재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애플사의 아이폰4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갤럭시S는 한국인의 휴대전화기 이용습관에 맞는 이용방식을 채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무상수리 등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 시장 주도권 탈환에 성공했다. 아울러 여분의 배터리를 휴대하며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는 이점 역시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점 역시 시장점유율 급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부터 갤럭시S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박미정(31·여) 씨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방식 등이 기존 휴대전화기와 비슷해 사용이 아주 편하다"며 "특히 꼼꼼한 애프터서비스가 일품"이라고 말했다.
아이폰4는 새로운 차원의 개인휴대통신시대를 연 스마트폰의 원조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폭넓은 저변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는 애플사가 추후 내놓을 차세대 정보통신 혁신제품과의 호환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선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달 아이폰4를 구입한 회사원 이상권(33) 씨는 "아이폰은 언제 어디서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라며 "전 세계 사용자들의 의견이 수용된 제품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사는 조만간 갤럭시 세느와 아이폰5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스마트폰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토종'과 '원조'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팬택과 LG전자 역시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는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의 짝짓기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각 단말기 생산업체의 자체기술력은 물론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의 관계설정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갤럭시를 출시하면서 SK텔레콤에 단말기를 독점공급했었다. 이에 따라 갤러시를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모두 SK텔레콤에 가입해야 했다. 이런 사정은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애플사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KT에만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어 사용자들의 경우 KT를 통해서만 아이폰 이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아이폰을 제치고 단기간 내에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SK텔레콤과의 짝짓기를 꼽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만나면서 상승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사와 KT 역시 제휴를 통한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애플사의 경우 KT를 통해 국내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었고 KT 역시 애플사와의 계약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신규고객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업자 간의 배타적 제휴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자 KT외 이동통신사업체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갤럭시U(LG플러스U)와 갤럭시K(KT)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KT에만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 애플사의 정책변화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휴대전화기 판매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애플사가 KT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애플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출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단말기가 아니라 이통통신사업망의 경쟁력으로, 스마트폰 단말기 생산업체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겨뤄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제4세대 이동통신시대와 스마트폰
국내외 스마트폰시장에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제4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시험에 성공해 경쟁국보다 한 발 앞선 출발선에 서게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제4세대 이동통신기술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지난달 26일 세계 최초로 시범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LTE-Advanced'기술은 제3세대(WCDMA) 이동통신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2015년 제4세대 이동통신기술이 본격 상용화될 경우 운행 중인 고속철도 내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 고화질의 입체(3D) 영화나 고화질급(HD) 방송뉴스 등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700MB(메가바이트) 분량의 영화를 단 9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단말기시장은 물론 차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은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정보통신과 관련한 생활전반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연구성과"라며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단말기와 함께 인프라구축 시장까지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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