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산 추락사고 잊었는가, 첩첩산중(밀양)에 공항이 웬 말인가!' '탁 트인 바다(가덕) 두고 꽉 막힌 산속(밀양)으로 가자고!' '밀양 산골 NO, 가덕도 해안 OK!'….
이달 9일 서부산 톨게이트~부산 시내. 간선도로 곳곳에 '밀양'을 공격하는 플래카드가 수없이 나부꼈다. 부산시내에 걸린 자극적인 문구의 플래카드만 4천여 개. 가로등 배너 700여 개, 대형 광고탑 10개도 걸렸다.
부산은 지금 '전쟁터'다. 신공항 유치를 위해 사생결단의 기세를 보이고 있다.
◆사생결단 부산=9, 10일 부산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세 달 전 취재 때와 딴판이었다. 이전에는 신공항에 대해 물으면 "공항이 생기느냐"고 되묻던 부산 시민들은 이제 '무조건 가덕도'로 돌변해 있었다.
부산시청 광장에서 만난 장충남(70·연제구 연산동) 씨는 "밀양에 공항이 건설되면 소음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후회할 것"이라며 "부산 도심에서 가덕도까지 교통난이 심각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부산 시민들의 이 같은 변화는 부산시의 네거티브 전략을 흡수한 결과다. 부산시는 밀양은 실제와 다르게 깎아내리고 가덕도의 장점은 지나치게 부풀리고 있다. 밀양 신공항은 '첩첩산중' '산 속' 등 감정적·자극적 문구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4개 시·도는 뭐 하나=9일 부산시청사 1층 로비는 '가덕도 홍보관'이나 다름없었다. 시정 홍보 TV 모니터에선 부산시민 신공항 결의대회 영상과 가덕도 유치 정당성을 알리는 부산시장의 기자회견 화면이 집중 방영되고 있었다. '부산 가덕해안이 신공항 최적지'라고 적힌 20여 개의 배너형 플래카드가 시민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고, 1층 중앙의 부산시 모형도(2천분의 1)엔 가덕도 신공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반해 대구, 경북 등 4개 시·도의 홍보 전략은 너무나 차분하다. 대구에 걸린 플래카드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공항의 최적지는 밀양' '밀양을 신공항으로' 등 밋밋하고 점잖기까지 하다.
출장차 부산을 자주 찾는 대구 성서공단 직장인 최성민(40·수성구 시지) 씨는 "부산의 네거티브 전략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며 "부산처럼 지역감정을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대구시를 비롯한 자치단체가 가덕도의 약점과 밀양 신공항의 장점을 시·도민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주열 '밀양 신공항 범·시도민 결사추진위' 대구본부장은 "4개 시·도는 사생결단의 부산에 맞서 시·도민과 사회지도층이 더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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