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강단 서는 결혼이주여성들 "첫 강의 손꼽아 기다려요"

대구가톨릭대 교양강좌 개설 13명 첫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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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의 기대하세요."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결혼이주여성들이 3월부터 대구가톨릭대에서 다문화 관련 강의를 맡는다. 지난달 25일 강사교육 수료식 모습.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대학 강단에 선다.

대구가톨릭대는 이번 학기에 시작하는 교양강좌(2학점) '다문화인의 삶과 꿈' 3개반을 개설, 결혼이주여성 13명이 강의를 맡는다고 밝혔다. 9일 강의를 시작하는 일본 출신 게이코(50) 씨 등 13명이 차례로 6시간씩 강의를 한다는 것.

강의 내용은 한국에 와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자국과 한국의 사회'문화적 차이, 한국에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 등을 중심으로 꾸며지며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함께 진행한다.

김명현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소장은 "학생들이 결혼이주여성들로부터 직접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사회의 특수한 다문화 현상과 다문화가족의 현황을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혼이주여성 강사들은 강단에 서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50시간에 걸쳐 '다문화 대학 특강 강사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지난달 25일 수료식을 가졌다. 이들은 그동안 다문화연구소 교수들로부터 한국사회와 대학문화, 언어 및 언어교수 교육, 팀티칭 교수법, 교안 작성 및 강의 시연, 효과적인 강의 설계와 실행 등 강의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결혼이주여성 강사들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홍콩, 일본,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됐다. 한국에서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간 생활했으며, 자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영어교사, 간호사, 음악가 등 전문직으로 활동한 사람도 있다는 것.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지 6년 된 아이다(28) 씨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게 너무 긴장되지만, 고국의 문화를 한국에 알릴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가톨릭대 측은 "이들 강사들이 대부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강의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학기에는 분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가톨릭대는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다문화적 전문인'을 인재상으로 표방하고 다문화교육원을 신설하는 등 학생들의 인성교육 및 다문화교육에 노력해왔다. 이번 학기에는 '다문화인의 삶과 꿈' '한국사회와 다문화' '21세기와 다문화' 등 6개 다문화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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