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슴을 울리는 음악

요즘 1970년대 포크 음악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당시의 인기 포크 음악 가수들이 옛 추억을 회고하면서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오랜만에 TV에 나와 서정적인 노랫말과 멜로디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 등으로 대변되던 70년대 청년 문화의 상징이었으며 엄혹한 정치 현실에 숨죽이던 당시 대중들의 정서를 따뜻이 어루만졌다.

이들의 재등장에 40, 5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만 열광한 것이 아니었다. 포크 음악이 생소한 10대, 20대 젊은 층들도 이들의 음악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때 아니게 기타 판매량이 갑자기 늘고 기타 교습소도 붐비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기야 전국 순회 콘서트에 나선 이들의 공연장에 중'장년층 관객들뿐만 아니라 젊은 관객들도 적지 않게 몰려들었다.

서정적인 포크 음악이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는 것은 최근 가요계의 주류인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물린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빅뱅, 소녀시대, 2PM, 카라 등 아이돌 그룹은 완벽한 몸매와 뛰어난 외모, 화려한 춤으로 무장하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들어간 댄스 음악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한국을 넘어 일본, 동남아 등에서 한류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한류 붐을 확장시킬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이 가슴을 울린다고 말하긴 힘들다. 철저한 기획과 상업적인 감각에 의해 탄생된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현란한 춤과 퍼포먼스가 덧씌워져 감탄을 자아내지만 희로애락의 정서를 담아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포크 음악의 부활은 바로 이 지점, 듣는 음악의 감동이 보는 음악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음악에 대해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지닌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음악이 따로 존재하면서도 세대 구분없이 좋은 음악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더 살 만해질 것이다. 삶에 지칠 때 우리를 위로해 줄 좋은 음악이 옆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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