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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병행해야 세상·사람과 제대로 소통…송영필 교사의 제언

송영필 매천고교 교사
송영필 매천고교 교사

한 학급의 학생들을 세 부류로 나누면 3분의 1은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를 하는 학생들, 또 다른 3분의 1은 무기력하게 사는 학생들이다. 마지막 3분의 1은 이 두 부류의 중간에 위치한 학생들이다. 그런데 세 부류의 공통점은 '타율적'이라는 것이다. 즉 삶의 방향이나 목표 의식이 없거나 구체적이지 않다. 물론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목표 의식이 구체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직업의 안정성이나 돈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학급에 앉아 있는 모든 학생들은 진정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즉, 자율적인 삶을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입시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입시는 결과이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입시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학문적 자립 능력(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책 읽기와 토론'이다. 책 읽기와 토론을 통해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를 배우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줄 안다면 학생들은 입시에 허덕이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갖지 않을까.

독서토론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발제를 맡은 학생은 두세 번 정도 책을 읽어야 하며, 다른 학생들도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있기에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은 '책을 통해 사람 및 세상과 소통하는 자리'이며, '다름을 인정하는 자리'이며, '반성과 치유의 자리'이다. 이만하면 그 어떤 동아리 활동보다도 매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은가.

2009년 2학기부터 대구시교육청 소속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책 읽기의 행복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교사와 학생이 1권의 책을 함께 읽고 '생각할 거리'를 정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대구 중'고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책으로 사람,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도서관을 새롭게 꾸미고 수만 권 책이 있다고 '책 읽는 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학 입시의 변화로 독서교육이 강조된다고 해서 '행복한 책 읽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교사의 열정과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학교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장소일 뿐이며, 독서 교육 또한 입시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기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은 책을 제대로 읽고, 행복한 경험을 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송영필 매천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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