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와 '이야기하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야기하기'가 아니라, 지식기반산업에 언어적 생명력을 고취해 새로운 문화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현대의 다양한 대중매체인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방송, 캐릭터, 모바일, 인터넷, 예술과 공연,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의 문화콘텐츠를 언어체계로 활성화하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사실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을 떠나서 생각해 보면 스토리텔링의 뜻은 더 쉽게 다가온다. 인간은 시대를 떠나 언제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다. 신화, 설화, 심지어 그 흔한 소문이라는 것까지도 모두 이야기의 범주에 들어가듯이 인간은 늘 이야기와 함께 살아왔다.
그렇다면 근래에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 우리가 정보시대가 아니라 서사(narrative)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며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서사시대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의 감성을 유혹할 수 있는 장치다.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삶을 재발견함으로써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예로부터 이어온 인간의 숙명이자 본능이다. 고대의 서사시로부터 21세기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도적 장르는 달랐지만 이야기 자체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물론 근대 이후 인쇄매체를 기반으로 한 문학(특히 소설)은 최고 전성기를 누리다가 현대의 달라진 환경에서는 위기를 맞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학 이외의 다른 분야가 새롭게 나타나 그 자리를 대신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이 대표적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강의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온라인 게임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관객 1천만 명 시대를 열며 할리우드 영화에 대적해 자국영화 시장을 지켜내고 있으며, 텔레비전 드라마는 한류를 만드는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장르의 바탕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고 화자(teller)가 있는 텍스트, 곧 서사이다.
이제 '이야기의 시장'은 문학,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대중음악, 스포츠, 교육, 음식 등 모든 장르가 각축을 벌이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야기 본능을 가진 인간들은 영화관에서, 게임방에서, 학교에서, 광고판에서, 도서관에서, 휴대전화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한다. '스토리텔링'이란 이처럼 단순히 '이야기하기'가 아니라 현대의 모든 산업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는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원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지식기반산업인 스토리텔링은 국가경쟁력으로 내세워 키울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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