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통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배우가 꿈인 한 여고생이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넘버를 열창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또 다른 예능프로에서는 초등학생 꼬마가 한국공연 팬텀역의 브래드 리틀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 넘버를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아마추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라 더욱 놀라웠다.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대중화되면서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 늘고 있다. 필자도 가끔 지인들에게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진로를 유도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뮤지컬 전문배우가 되는 길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뮤지컬 배우는 기본적으로 노래, 춤, 연기 삼박자를 두루 갖추어야 한다. 감정의 표현 능력이 풍부한 배우이자 가수이자 춤꾼으로서 다재다능한 재능은 기본이고 성실함과 자기절제도 뒤따라야 한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대학의 뮤지컬학과나 유사 관련학과인 연극과, 성악과, 무용과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다. 연예계를 거쳐 뮤지컬 배우가 될 수도 있고 뮤지컬 아카데미나 학원같은 뮤지컬 배우 양성기관이나 극단, 개별 작품의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배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방법 중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뮤지컬학과에 진학하는 것이다. 학위가 중요해서라기보다는 대학 재학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고 체계화된 커리큘럼을 통해 이론적인 토대는 물론이고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과 능력을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각 대학에 뮤지컬 학과가 많이 생기면서 뮤지컬 현장에 있는 배우나 스태프들이 교수로 초빙되어 현장 실무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본인이 지향하는 배우의 길에 맞는 커리큘럼과 교수진의 면면을 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뮤지컬 배우의 등용문은 오디션이다. 주연 배우의 경우 제작사가 특정 배우를 선정해 비공개 오디션을 치르기도 하지만 요즘은 공개 오디션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외국제작사가 참여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오디션에서는 배우의 실력위주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오디션을 거쳐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맹활약 중인 김소현, 유형석, 류정한 등이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 하지만 주'조연급으로 캐스팅 되려면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결국 꾸준히 경험과 실력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이다. 책을 많이 읽고 공연을 많이 보고 많은 상상을 할 필요가 있다. 끼를 타고났다 하더라도 갈고 닦지 않으면 그 빛을 오래 발할 수 없다. 뮤지컬계에도 반짝 스타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남경주나 최정원처럼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배우는 흔치 않다. 춤이나 노래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향상시켜 나갈 수 있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인생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
무대에서 표현해야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직접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책이나 상상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면 실제 연기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도 처음엔 배우로서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배우는 관객을 즐겁게 해주지만 자신과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고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다. 재능과 끼만으로 혹은 무대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몇 십 년 후 본인이 어떤 모습의 배우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뒤따를 때 오랜 세월 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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