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김해공항 국제선 증편?…"터무니없는 졸속대책"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문가들 "두곳 다 야간비행 불가"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대신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안의 경우 대형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신어산(627m), 금동산(441m), 심방산·동산산(402m) 등 5개산을 최소 128m에서 최대 404m 절개해야 한다. 여기에만 해도 지방 공항 하나를 만드는 비용이 투입된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대신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안의 경우 대형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신어산(627m), 금동산(441m), 심방산·동산산(402m) 등 5개산을 최소 128m에서 최대 404m 절개해야 한다. 여기에만 해도 지방 공항 하나를 만드는 비용이 투입된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대신 보완 대책이라며 내세운 대구공항과 김해공항 국제선 증편에 대해 교통 및 항공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대구경북 지역민들도 정부의 대책은 화난 영남권 민심을 달래보려고 하는 '졸속 백지화에 이은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동남권 신공항 포기선언을 하면서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에서의 국제선 운항편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이들 공항에서 항공노선을 늘리거나 신규지역에 취항하는 방법 등으로 영남 지역민의 항공 수요 불편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연구검토 없이 내놓은 백지수표'라고 지적했다. 대구공항과 김해공항 모두 국제선 증편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선 증편을 위해서는 24시간 공항 운영이 필수지만 현재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은 인근에 위치한 공군기지로 인해 야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한 항공 전문가는 "두 공항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비행이 금지돼 있어 항공사가 국제선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국제선의 경우 야간 운행이 필수인데 비행기가 뜰 수 없으니 증편을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항공사가 경제성이 있었다면 이미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에 국제선을 증편했을 텐데, 이제 와서 정부가 요구한다고 무턱대고 국제선을 증편할 수 있겠느냐. 이런 사정을 알고도 정부가 국제선 증편을 말했다면 지방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실제 항공사들도 여러 문제때문에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의 국제선 증편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남겨야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작은 비행기를 2대 띄워서 기름값을 낭비하는 것보다 큰 비행기 한 대로 운항하는 것이 나은데 두 공항은 대형 기종이 이'착륙할 수 없는 곳"이라며 "정부의 대안대로 국제선을 늘리려면 늘릴수는 있지만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면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항공사도 국제선 편수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정웅기 연구위원은 "대구공항의 경우 활주로 길이가 2천750m로 300석 이상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데 필요한 3천m에 250m나 모자란다"며 "200석가량의 비행기 역시 활주로에 도착한 뒤 계류장으로 이동하는 데에 간격이 좁아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활주로 확장이 필요하지만 '공군기지'라는 난관이 있다. 이미 소음 등의 문제로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과 수천억원대의 소송이 걸려 있는 등 공군기지 이전도 사실상 힘들다. 정 연구위원은 "동남권 신공항은 두 공항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요의 창출과 미래를 위한 사업인데 정부는 단순히 바로 앞만 보는 짧은 시야로 결정을 내렸다"며 "대책도 단순히 국민들의 화를 진정시켜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