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20부작 드라마 '싸인' 끝내고… 김아중

'오리 날다.' 배우 김아중의 최근 모습을 이같이 표현한다면 안성맞춤일 테다. 그녀가 되뇐 것을 토대로 한다면 말이다. 김아중은 자신을 한 마리의 '미운 오리 새끼'와 같다고 했다. 물론 그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이해하거나 수긍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기자 역시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란 생각에 "아니, 무슨 근거로?"라고 반문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특히 요새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분들이 너무나 많아요. 연기도 노래도 외모도 다 출중하세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아유~. 저는 정말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가란 느낌이 많이 들어요."

망언이다. 요새 '망언 시리즈'가 확실히 유행이긴 유행이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지금의 김아중을 있게 한 출세작은 역시나 영화 '미녀는 괴로워'이다.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전국은 김아중 열풍으로 춥지 않았다. 길거리에는 그녀가 부른 '마리아~ 아베 마리아~'란 노래가 쉼없이 울려 퍼졌고, TV'라디오'신문 등의 매체는 물론 광고까지 대중은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 영화의 흥행 이후 그녀는 약 2년간 차기작 선정에 속앓이(?)를 했다. 전작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기도 했지만 좀 더 나은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던 그녀 자신만의 부담과 욕심도 한몫했다. 그러다 만난 작품이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였다. 연기 잘하기로 손꼽히는 황정민과의 호흡, 그리고 영화 '노팅힐'을 연상케 하는 잔잔하지만 여운 있는 달콤한 러브스토리는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제44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는 최종 결선에 올라 수상만을 남겨 놓고 있을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청률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해 안팎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절치부심', 김아중은 꽤 오랜 시간을 '배우 김아중'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류의 섭외가 마치 자신을 한정 짓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런 면에서 최근작 '싸인'은 그녀의 바람을 현실로 끌어들이며 연기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기를 하거나, 삶을 살면서 만족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싸인'도 20부작 내내 아쉬웠어요. 다시 하라면 더 잘할 것 같아요. 시간에 너무 쫓겨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런 면이 조금 더 그런 마음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다 마치니까 제 모습이 더 명확해지네요."

'싸인'에서 그녀가 연기한 고다경이란 인물은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열혈 법의학자였다. 별명이 '버럭녀'일 만큼 캐릭터 자체가 당찬 면이 강했다. 이 때문일까. 그녀는 꽤 힘든 액션 장면들도 소화해 내야 했다.

"사실 몸으로 하는 것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힘들었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살인 사건을 포함해 각종 사건에 휘말리고 쫓고 쫓기는 그 과정에서 범인을 맞닥뜨리는 상황, 게다가 똑 부러지고 명확한 윤지훈(박신양 분) 앞에서 매번 어리바리해야 하는 고다경을 표현해 내는 것도 어려웠죠. 또 지훈과 다경의 감정 공유도 사랑이 아닌 동경이나 존경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미묘한 차이를 그려내야 하는 점도 제게는 숙제였어요."

확실히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참맛을 좀 더 알게 된 모습이었다. 또 전작들보다 안정적이고 색다른 변신에 성공을 거둔 느낌이었다. 하지만 김아중은 거듭 손사래를 쳤다. 연기는 쉽게 느는 것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싸인'은 물론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작품이죠. 특히 박신양'전광렬 선배님이 하는 연기를 보며 매번 내가 너무 부족하구나를 느끼며 연기했어요. 심지어 선배님들의 연기에 대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창피할 정도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죠. 바로 그런 점이 제가 '미운 오리 새끼'일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이제야 현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냉정한 잣대를 정해 놓았던 것이다. 김아중은 새삼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삶에 있어 포기란 단어는 없다. 원래 포기는 안 한다"며 "그렇다고 10개를 다 쥐고 다 가져가려는 것은 아니고, 내가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폼 나게 멋있게 살고 싶다"며 "외모도 예뻐야 하겠지만 일하는 열정에서 뜨겁고 섹시하게 사는 '인간 김아중' '배우 김아중'으로 불리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봄을 알리는 꽃은 개나리'동백꽃'벚꽃 등 다양하다. 그 중 향긋한 향기가 매력적인 프리지어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분홍색 프리지어 다발을 그녀에게 전했다. 20부작이란 대장정을 마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녀에게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다. 꽃을 받아든 그녀는 "'화이트데이' 때도 사탕 하나 못 받고 지나갔는데, 예쁜 꽃을 보니 행복해지네요"라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항상 연기 면에서 전작보다 발전하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하고 싶은 얘기를 소신 있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단순히 보이는 콘셉트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완벽한 작품으로 서고 싶습니다. 조금 더 예뻐해 주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더 잘할 것 같아요. 아중이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