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나라

"나는 행복하지 않다" 최근 자살이 잇다른 카이스트 벽에 붙은 대자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행복과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복 점수가 낙제에 가까운 68.1점(100점 만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직업 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분노하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에서 보여지듯 우리 사회에는 생활고로 인한 스트레스와 좌절감 등으로 인해 우발적 살인과 자살이 늘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KAIST) 학생 4명이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매기는 제도에 대한 압박과 우울증 등으로 잇따라 자살했고 7일 서울의 한 50대 남자가 누나 집에 돈을 빌리러 갔다가 거절당하자 분신자살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처지이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이 늘어나고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 불안이 쌓여왔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업과 실직의 공포,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의 양산 등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이 걷힐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지는 현실은 사회의 안전을 뒤흔드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동반 성장 등을 통해 재벌 등 가진 이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하며 사회복지와 보장 제도 확충으로 불안 심리를 가라앉혀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행복점수가 올라갈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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