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어떨까? 최근 만난 한 뉴욕 교민에 의하면, 교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뉴욕과 뉴저지 상황은 우리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필자가 살았던 뉴저지주 한 작은 지자체(1천여 가구)의 중심가에는 한때 10여 개나 성업 중이던 부동산 중개업체가 지금은 하나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거래마저도 거의 실종되었다. 5년 전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달아오르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후반부터 시작한 미국의 부동산 경기 호황은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가히 광풍이 불 정도로 거품이 심했었다.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올랐다. 금융기관에서도 쉽게 주택대출을 해 주었고,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자 기존 융자금을 빼고 집값 상승분의 80%까지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 주었다. 대출금으로 다시 집을 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도 팽배했다.
이렇게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가계에서는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얻어 자동차도 고급으로 바꾸었고, 사는 집도 수리해 되팔기 위해 확장 공사가 유행이었다. 새로 산 집을 몇 달 후에 다시 내놓으면 적어도 10% 이상 오른 가격으로 되팔리던 꿈 같은 시절이었다. 집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으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부동산 경기는 엉망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집값은 크게 떨어졌고 어떤 지역은 거의 반 토막 났다. 팔려고 내놓은 집들은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는다. 대출기관들도 신용우수자가 아니면 주택대출을 해 주지 않으니 주택 경기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듯싶다.
지금 대구의 부동산 경기는 어떠한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월 말 현재 1만2천300여 채에 달한다. 시공업체나 자금을 투자한 은행의 속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들도 대부분 대형 평수라 집값도 문제지만 관리비가 만만치 않아 전세 입주도 꺼린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우선 하나는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소비자 구매심리를 하루빨리 되살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1990년 초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1997년도에 특단의 거래활성화 방안(세제혜택)을 도입했다. 1가구 1주택일 경우, 한 가구(부부)가 집을 구입해서 최소 2년을 살고, 살던 집을 되팔 때 집값 상승분 중 50만달러(6억원 내외)까지 차액이 생기더라도 면세혜택을 주었다. 싱글 가구는 25만달러(3억원 내외)까지 면세를 해 주었다. 당시 중산층의 집값이 20만달러 전후였으니,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 파격적인 혜택이었고 이 제도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2억원을 주고 집을 사더라도 결혼한 부부일 경우에는 추후 4억원에 매도해도 전액 면세가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우리도 이 시점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보면 어떨까.
지금의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과도한 대출 억제제도에서 벗어나 운용의 묘를 살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새로 구입할 집을 담보로 신용이 좋으면 모기지 취급기관에서 집값의 90%를 30년간 대출해주어 매달 일정금액을 30년간 상환해 나가면 30년 후에 자기 집이 될 수 있는 모기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집을 투기의 수단이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미국의 모기지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신혼부부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
두 번째는 집 없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턱없이 오르는 전세금을 규제하고 이를 엄격히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전세입주가 활발해야 1가구 2주택 이상의 임대주택 사업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세입자가 계약 완료 이후 더 살기를 원하면 전년도 가격에서 5% 정도만 올리도록 규제하고 있다.
구매력 있는 가계는 1가구 2주택 이상이더라도 세금만 정당하게 낸다면 추가 구매가 가능한 여건도 함께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해서 월세도, 전세도 놓을 수 있다. 이들의 구매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가 어렵다. 분양가 밑으로 매물을 내놓아도 꿈쩍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어떤 형태로든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김태형(엑스코 경영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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