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 초대석]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재오·이상득은 동업자일 뿐…한나라에 정치적 동지는 없다

"이 정부에는 정치적 동지가 없다. 있다면 정치적 동업자만 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정권을 출범시킨 이래 정치적 동업자를 양산했지만 정치적 동지를 만든 일은 없다. 그래서 집권 후반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진보정권 10년을 하면서 보수정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보수정권을 세워놓고 보니까 두세 사람 좋은 일 시켜준 것밖에 없다."

4·27 재보선 참패로 당·정·청의 전면적 개편과 쇄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직설법을 구사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정두언 최고위원 등 이 정부의 핵심인사들을 향해 '동업자'라고 지칭하면서 이들 간의 권력다툼 양상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민심이 떠났다는 점을 거칠게 지적한 것이다.

사실 홍 최고위원은 이번 재보선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분당을 공천과정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던 정운찬 전 총리와 강재섭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토, 흠집을 내면서 공천 논란의 한복판에 선 바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재보선에 올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당청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 야당이 주도하는 페이스에 말려들었고 그것이 이번 참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당을에서의 패배를 아예 '분당대란'이라고 표현했다. 예견된 일이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임태희 의원의 배지를 내놓게 하고 대통령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분당에서는 누구를 내세워도 이기는 지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그것이 잘못이었고 특히 민심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정부나 여당 어느 곳에서도 주목하지 않았고 공천과 선거전략도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이런 점들을 사전에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당'정'청이 총체적으로 쇄신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당과 청와대의 주요인사들에 대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냥 그대로 끌고 가는 구도를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청와대와 당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에게 던지는 발언의 강도는 예상 밖으로 강했다. 그는 "이번에 이 대통령이나 당이 우물쭈물 넘어가려고 한다면 국정 추동력을 상실하고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서로 분열하고 헐뜯거나 손가락질하고 이간질시키고 자기 입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서는 희망이 없다"는 경고도 던졌다. "스스로 반성하고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고 국민들에게 더 겸허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서는 절박감도 엿보인다.

그는 "이제는 박근혜 시대다"라며 박 전 대표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섰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1월에도 이미 밝힌 바 있는데 모든 여론조사 지표나 국민들이 그렇게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것을 당내 일부 정치인들이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박근혜 시대'라고 한 것은 내가 그를 대신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홍 최고위원은 "그것을 두고 (나를) 친박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불쾌하다"며 친박계와 손을 잡은 것이라고 보는 당내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지금껏 정치하면서 어떤 특정 계파에 소속된 적이 없고 현직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하고 사는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기웃거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홍 최고위원이 조기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은) 말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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