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울증] 날아갈 듯 하다가도 죽을 만큼 우울 죽끓듯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최근 5년간 약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울증은 양극성 장애라고도 한다. 병적으로 기분이 들떠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해지는 '우울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 상태를 경험한다. 정상적인 경우,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기분을 조절하고 자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울증에 걸리면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다양한 문제나 어려움을 겪는다.

◆비교적 흔한 정신과 질환

조증 상태에 있는 환자들은 의기양양한 흥분상태로 바쁘게 다니고 잠을 안 자도 피로감을 잘 느끼지 못하며 의욕이 넘쳐나기도 한다. 생각이 많고 사고과정이 빨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쉽게 주제에서 벗어나고 많은 양의 글을 쓰기도 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옷차림이나 화장이 지나치게 화려해지기도 하고, 돈을 지나치게 낭비하기도 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과대한 자신감으로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심한 경우 재산이나 권력에 관한 과대망상, 종교망상, 환각 증상을 보인다.

우울증 환자들은 이와는 완전히 반대다. 우울한 기분과 함께 무기력해지고 활동성이 줄어든다. 만사가 귀찮아지는 의욕상실과 자신감 및 집중력 저하, 식욕 감소, 불면증, 그리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걱정하며, 모든 일이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과도한 자책감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자책 망상이나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정신과 질환 중에는 조울증과 비슷한 다른 질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알맞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울증 중 가장 흔한 '제1형 양극성장애'의 경우, 인구의 1%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술가인 에드가 앨런 포,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슈만, 고흐, 헤밍웨이 등을 비롯해 영화배우 비비안 리(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린다 해밀턴(터미네이터), 장 클로드 반담과 같은 유명 인사들도 이러한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꾸준한 치료가 가장 중요

원인으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신경생물학적 요인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생기는 심리사회적 요인 등이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약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병처럼 부모가 조울증이면 자식들에게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일반 가족들보다 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심한 상태인 경우,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감정 상태가 불안정하여 공격적 행동을 보이거나 과다한 활동으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환자를 불필요한 자극에서 보호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조울증의 치료는 비교적 잘 되는 편이지만 재발도 잘 한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 약 60%가 4년 이내에 재발한다. 처음엔 스트레스로 생기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재발한다.

재발 횟수가 늘어나면, 점차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사회생활과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조울증은 급성기 치료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유지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꾸준히 치료를 잘 받는 경우, 조울증은 대체로 정신분열병보다는 치료가 잘 되는 편이고 예후도 좋다. 자주 재발하지 않는다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없다.

조울증 환자는 무엇보다 자기 질환에 대해 너무 부정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적극 치료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들도 약물을 잘 복용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구본훈 영남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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