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先生

선생(先生)이란 문자 그대로 '먼저 태어난 자'란 뜻이다. 논어'맹자 등 중국 고전에서는 선생이 연장자(年長者) 유덕자(有德者) 선각자(先覺者) 등의 뜻으로 쓰였다. 지금처럼 교사(敎師) 또는 스승의 의미로 선생을 사용한 사례는 춘추시대 제(齊)나라 관중(管仲)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관자'(管子) 정도를 들 수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 선생이란 말은 학교의 교사나 학문의 스승을 높여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金先生'이란 호칭은 일본어의 '金さん(상)', 한국어의 '金氏(씨)'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에 대한 존칭은 라오스(老師)라는 말이 따로 있다. 무림(武林)에서는 제자가 스승을 스푸(師父)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우리도 예전 서당에서 글을 가르치는 사람을 훈장(訓長)이라 했고, 제자들은 훈장을 '스승님' '사부님'이라 불렀다. 일본인들은 존경하는 사람을 센세이(先生)라 부르며, 우리나라도 '퇴계 선생' '김구 선생'의 경우처럼 존경어로 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선생이란 호칭이 평가절하되면서 경칭이 마땅찮은 상대에게 아무렇게나 갖다 붙여 쓰더니, 이제는 아예 놀림과 비아냥의 뉘앙스마저 담고 있는 말이 되어 버렸다. 아무나 선생으로 불리고, 아무에게나 선생이라 칭하는 세태가 되어 버렸다.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도 '센세이'라 부른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일본이나 한국이나 정치인을 보는 시선은 별반 다를 게 없을 텐데….

아무튼 선생 인플레 현상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교실 풍경도 많이 변했다. 천태만상의 학생과 교사가 어우러져 공부하고 가르치는 교실이니 별난 학생도 많고 어문 선생도 있는 게 당연하다. 더러는 언론이 너무 야단스레 보도해 온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넘쳐나는 교육열 속에 무너져가는 교실 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요즘 신세대 학생들은 아예 '선생님'이란 호칭을 줄여 간편하게 '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생들이 재미있고 친구처럼 편한 교사를 가장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여기서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의미의 군사부일체란 말을 들먹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까.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