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코야마의 韓·日 이야기] 지진, 그 이후

센다이에서 학업을 하고 있던 나는 지난 3월 대지진을 피해 고베로 갔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센다이의 시가지는 놀라울 정도로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많은 가게에는 '힘내라 도호쿠(東北)'라고 적힌 포스터와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며, 지진 복구를 위한 세일을 하고 있었다. 대형 연휴도 있고 해서 센다이 역 앞 백화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지진과 원전 폭발의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은 것이다. 삶에 대한 인간의 강인한 모습에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시가지는 거의 복구된 것처럼 보였으나, 모든 것이 원래대로 되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예전과 달리 일상생활에는 항상 불안이 떠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수돗물이나 야채, 생선 등에는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슈퍼에는 늘 생수가 부족하고, 후쿠시마 근교에서 수확된 농산물은 팔리지 않는다.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농가나 생산자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피해 지역의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으나, 오염 지역의 농산물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도 많다. 지금 일본 국민 전체가 무엇을 믿고 행동해야 할지를 모른 채 근거도 없는 소문에 휩쓸려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본인은 정보가 없는 데 대한 불안에 매우 민감하고, 또 약하다.

어느 도시의 시장이 후쿠시마에서 나온 쓰레기를 받아 처리하도록 요청했으나, 많은 시민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쓰레기를 들이지 마라"고 항의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후쿠시마 사람들을 차별하고, 왕따를 시키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반복해서 "방사능은 전염되지 않는다"고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이 말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다. 세간에서는 향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정보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소리도 들린다.

지금 일본 국민들은 자기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정보 부족에 대한 불안이 매점매석과 후쿠시마 사람들을 차별하는 심리 상태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라면, 지금 일본 정부는 진실을 숨기거나 속여서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안심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지진이 일어난 날 밤, 휴대폰에 전달된 친구의 메시지는 나를 불안하게 했다. 유학생 친구가 모국에서 방송된 뉴스를 보고 "해일이 오니까 빨리 고지대로 도망쳐", "지금 있는 곳도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밤새 나에게 보내주었다. 이 메시지를 보고 나는 센다이 시내 전역에 지진 해일이 밀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전이 된 암흑 속에서 휴대폰을 손에 쥐고 나는 밤새 지진 해일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해외 언론에서 지진 피해를 과장 보도한 것 같았다.

미야기현 미나미 산리쿠초 동사무소의 젊은 여직원은 지진 해일이 밀려오는 순간까지 주민들에게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결국 그녀는 목숨을 잃었으나, 마지막까지 주민들에게 지진 해일을 알리고 대피하도록 했다. 그녀의 정확하고 빠른 정보가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이번 지진 해일에 피해를 입은 산리쿠 해안에는 약 200개의 돌기둥이 있다. 거기에는"이 아래에는 집을 짓지 마세요"라고 적혀있다. 과거 이곳까지 지진 해일이 밀려와 마을이 전멸했기 때문에 그것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도록 돌에 한자 한자 새긴 선인들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우리는 정보가 범람하는 소위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정보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할 능력이 있어야 하며, 정부나 개인은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다. 하나의 정보가 사람에게 절망과 용기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생사를 결정한다.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정보를 발신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번 지진을 통해 배웠다.

요꼬야마 유카(도호쿠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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