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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의 펀펀야구] 신분 노출된 스파이 '원정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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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경기에서는 원정기록원으로 불리는 스파이(?)가 당당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분을 노출하고도 적진에서 떳떳하게 활보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정보수집이 구단마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파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는 스파이와 다르지 않다. 일본야구에서는 '사키노리'란 명칭을 쓰는데 극단이나 스모 단체 등에서 미리 가서 준비하는 사람을 뜻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선 점잖은 표현으로 원정기록원으로 불리며 프로야구 원년부터 모든 팀에서 시행했다. 주로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가 맡는데 구질 파악 등 전문성을 요구해 일반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두산의 전상열이나 SK의 김바위, 한화의 김인철, 삼성의 김창희 등이 바로 현재의 그들이다.

보통은 한 팀에서 2명이 활동하면서 앞으로 상대할 팀들의 5, 6경기를 보고 이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보고한다. 예를 들어 삼성의 일주일 후 상대가 KIA라면 한 명의 기록원이 KIA의 6경기를 함께 따라다니며 경기를 본 후 KIA와 삼성 경기 전에 종합적인 브리핑을 하는 것이다. 보통은 2명이 활약하지만 LG만 3명을 두고 9경기 전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팀당 한 명이 전담해 파악하면서 자신이 맡은 팀과의 3연전 경기에서는 아예 더그아웃에서 작전수립에 동참해 조력한다.

이들은 상대의 전체적인 전력 파악과 함께 투수 로테이션이나 중간계투 요원들의 현 상태와 약점을 파악하고 스피드와 구질을 체크해 전달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나 팀 내의 불협화음이나 매스컴 및 구단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정보를 수집한다.

이 모든 자료들을 과거에는 일정한 양식에 직접 수기로 정리했으나 최근 들어 대부분 경기장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구단의 메인 컴퓨터로 직접 송출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구단의 분석요원들과 코치들이 최근의 투구패턴 및 성향을 밝혀내 경기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SK는 특정타자의 타구 발생을 면밀히 분석해 수비위치를 교정하는 수비 코디네이션 코치를 별도로 둘 정도로 자료 활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매년 거의 똑같은 선수들끼리 경쟁을 하면서 왜 정보가 더 필요한 것일까? 또한 선수들의 투구성향이나 타격성향도 쉽게 변하지 않는데 왜 끝없이 관찰을 하는 것일까?

선수들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심해 컨디션에 기복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상승세와 하향세가 나타나고 조심해야 할 부분과 공략해야 할 부분이 달라지는 것이다.

중요 순간에 공 한 개로 승부가 갈리는 것이 야구인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해야 할 무엇을 위해 최대한 많은 최근의 자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적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스파이들은 외롭다. 언젠가 되돌아갈 그라운드를 기다리며 그들은 소외된 운명을 감수하지만 스파이가 없다면 재미있는 야구전쟁도 없는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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