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자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절대고수'를 펴냈다. 시집 '귀단지'를 펴낸 지 7년 만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가족에 대해 노래한다. 여기서 자연은 에로티시즘의 색을 띠고 있기에 언뜻 보기에 '성애의 대상'처럼 보인다.
'천생산 아래 세월못 있다/ 연꽃이 피지 않으니 연못은 아니다/ 달이 몸 씻고 가는 못이라고/ (중략) 알몸으로 내려온 보름달/ 풍덩/ (중략)못물에 몸 담그지 않으면/ 달의 비릿한 체취, 맡을 수 없단 걸.' -세월못- 중에서.
당장 와 닿는 느낌처럼 여기서 자연이 '성애의 대상'이라면, 시인은 자연과의 성애를 노래할 뿐이다. 아래의 '삼나무숲을 바라보다' 역시 마찬가지다.
'첨으로 삼나무 숲을 보았습니다/ 무척이나 사랑스런 몸들이었죠/ (중략) 습진 곳과 물을 좋아하는 삼나무/ 그 신비로움마저도 들키고 말았으니/ 이젠, 다가가서 힘껏, 안아 봐도 되겠지요.'
흔히 여류 시인의 작품에 배어 있는 '성애'를 떠올리게 하지만 황명자 시인은 "내 시에 보이는 대상에 여성도 남성도 없다. 다만 '은유'로서 대상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정윤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것은 에로티시즘의 미학이다. 황명자의 에로티시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말초적 성애의 범주를 떠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지 못함을 성찰하는 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124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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