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캠프 캐럴 조사 시늉만… 미 사령관 "고엽제 매몰 없다"

한국측 지표·수질 동시조사 주장 묵살

2일 오전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 캠프 캐럴 미군기지 관계자들이 헬기장 주변 매립 추정지에서 탐사에 앞서 지표투과 레이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전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 캠프 캐럴 미군기지 관계자들이 헬기장 주변 매립 추정지에서 탐사에 앞서 지표투과 레이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시작된 칠곡 미군부대 캠프 캐럴 내 조사가 결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선(先)발굴조사'와 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국 측 대표의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통한 지표조사 및 수질'토양오염 동시 조사' 주장이 모두 무산된 채 진행돼 미군의 진상규명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열린 SOFA 환경분과 2차 회의에서 캠프 캐럴 내 조사는 GPR과 전기비저항탐사법(ER)으로 드럼통 매립 여부를 먼저 파악한 후 이상 징후가 있는 지역과 비투과 지역에 대해 토양 시추와 토양 오염도 조사를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절차에 대해 우리 측 공동조사단 일부는 "만약 지표투과레이더 등 조사에서 고엽제 드럼통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이미 녹아 지하로 침투했을 고엽제나 그 이외의 유해성분 등에 대한 모든 조사를 하지 않고 조기에 사태를 덮으려는 계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은 1일 유영숙 환경부장관이 캠프 캐럴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해 "한국에선 고엽제를 전량 사용해 남은 것이 없다. 이 같은 사실은 공동조사단에 의해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고 말해 미군 수뇌부가 공동조사에 앞서 결과를 미리 예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존슨 사령관은 또 "D구역에 묻혔던 오염물질이 한국으로부터 나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존슨 사령관의 발언은 기지 내 조사가 채 시작도 않은 상황에서 고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군은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조사는 형식적이고 시늉만 하는 꼴이 아니냐"고 말했다.

게다가 미군 측이 자체적으로 캠프 캐럴 내 유독물 반출 기록을 조사한 1992년 미 공병단 보고서와 기지 내 지하수 오염도를 조사한 2004년 삼성물산 작성 보고서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하지만 보고서 자료를 원본(전문) 그대로 넘겨줬는지, 미군과 한국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한미 양국은 1일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한국 측은 옥곤 부경대 교수를 공동단장으로 학계, 관계, 지자체, 주민대표 등 14명의 조사단 이름과 신상(소속)을 공개했지만 미군은 버치마이어(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 공동단장만 공개하고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주민 백모(48'칠곡군 왜관읍) 씨는 "고엽제 매립 의혹 당사자인 미군 측의 공동조사단 구성과 발표는 너무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특히 책임성을 갖고 보다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할 미군 측 조사단 가운데 고엽제와 관련한 전문가가 몇 명이나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측 조사단 구성의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1일 칠곡군청에서 가진 유영숙 환경부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당초 우리 측 공동조사단에 전문성을 지닌 한 환경단체 인사가 대표로 선임됐는데, 어느날 갑자기 명단에서 빠졌다. 정부는 어떻게 된 사연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 공동조사단은 옥곤 교수를 비롯해 이종춘(주민대표) 장영백(민간단체) 전영탁(칠곡군) 곽경호(칠곡군의회) 송필각(경북도의회) 이원석(국립환경과학원) 김동진(환경부) 양원호(대구가톨릭대) 장윤영(광운대) 김기영(강원대) 김창렬(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장식(한국환경공단) 이동준(외교부) 씨 등이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