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간당 50mm 게릴라성 집중호우…1970년 5회→2000년대 12회

대도시 '물폭탄'도 늘어…지하 침수대응 준비해야

2000년대 들어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늘면서 도시홍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홍수란 배수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도심이 물에 잠기는 현상으로, 버스정거장이 5㎝ 이상 물에 잠기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립방재연구소가 기상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집중호우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내린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1970년대보다 2.5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 결과에 따르면 1시간에 비가 50㎜ 이상 내린 횟수가 1970년대 연평균 5.1회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10.0회와 10.3회로 각각 늘었다가 2000년대에는 12.3회로 증가했다.

3시간 동안 100㎜ 이상 폭우가 내린 횟수도 1970년대 3.7회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6.8회와 6.5회로 각각 늘었다가 2000년대에는 8.6회로 급증했다.

특히 각종 도시 개발로 물이 스며드는 면적이 줄어들면서 유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폭우에 취약한 대도시 지역에 최근 3년 동안 '물폭탄'이 자주 등장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9월 21일 시간당 93.5㎜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1942년 8월 5일 118㎜, 1964년 9월 13일 116㎜, 2001년 7월 15일 100㎜에 이어 사상 네 번째 최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당시 서울 전역의 저지대 주택가뿐 아니라 광화문의 세종로와 일부 지하철역 등도 물에 잠겼다. 2001년 폭우 때에도 사망 35명, 부상 104명, 건물 9만4천375동 침수 등 피해가 났다. 부산에서는 2008년 8월 13일 106.0㎜와 2009년 7월 16일 90.0㎜가 시간당 최대 강수량 1위와 2위였다.

대구경북은 2004년 6월 19~21일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과 태풍 '뎬무'의 간접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당시 문경은 20일 하루에만 158.8㎜가 내려 가축 1만6천 마리가 폐사했고, 7가구 1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축사와 비닐하우스, 농경지 2천238㏊가 침수됐으며, 2천140㏊의 농작물과 12㏊ 농경지가 유실돼 33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01년 6월 24일에는 장마전선과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포항 98.9㎜, 대구 89.6㎜ 등의 집중 호우가 내렸다.

최우정 기후변화대응팀장은 "도시홍수 피해를 줄이려고 기후변화와 지역 위험도를 고려한 하수관거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지하공간 침수에 대비한 비상 배수설비와 비상전원 가동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저지대의 대형 지하공간은 침수대응 매뉴얼 비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기후변화를 고려한 단기, 중기, 장기 방재 성능 목표를 설정해 배수시스템 전반에 적용하고, 운동장 지하 공간 등을 활용해 대규모 저류시설을 만드는 방안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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