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善)이자, 인간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최고의 악(惡)이라는 양면의 얼굴을 하고 있다. 본래는 교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단이었던 돈이 어느 순간 우리네 삶을 지배하면서 주객의 위치가 전도된 것이다. 돈에 울고 웃는 '쩐의 전쟁'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잡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돈을 찾아다니려고만 했지 그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지 못한 우리에게 이 책은 '돈의 태생'에서부터 출발해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다나카 유 일본 미래은행 이사장 등 에이시드 재팬 에크 저금 프로젝트 활동가들이 지은 이 책은 "자연은 이자를 낳지 않는다"는 화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물건의 본성이지만 돈은 이자가 불어서 계속 불어나는 이상한 속성을 지녔다. '신용창조'라는 허울을 쓰고 돈이 돈을 낳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2005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30조달러인데 유통되고 있는 돈은 300조달러에 달한다. 이것은 거래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보다 10배나 많은 돈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다나카 유는 "돈의 신용창조 기능은 사기다"라고 일갈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이자'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은 물론 기업들 역시 원금과 이자를 갚고도 이익이 남을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수익률' 높은 곳을 찾아 헤맨다. 환경이 파괴되고, 가난한 사람을 쫓아내더라도 고이율만 보장된다면 아무도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건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들은 첫 장부터 "일본의 상당한 저축은 군수산업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우리는 모두 전쟁을 돕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끝없이 더 높은 수익성을 찾아 돈이 지구 곳곳을 헤집으면서 자연은 파괴되고, 누군가는 가난에 허덕이게 된다. 소위 말하는 선진 기업과 선진국 정부는 물밑에서 제도와 시스템으로 이를 지지한다.
돈의 흐름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인간 사회를 황폐하게 만드는 모든 '악'들도 없어지지 않는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인간은 영원히 헤어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제안한 것이 바로 '착한 돈'. 이들은 "이자와 배당의 요구가 작은 사회, 가능한 한 단리로 돌아가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그 구체적인 실천 대안으로 "지역에서 얻은 이익을 지역으로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우리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드러나면 적어도 '악'에 돈이 사용되길 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테니까.
결국 이들의 주장은 '욕망의 억제'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나 순진무구한 말이다. 이 때문에 "착한 돈이 세상을 바꾼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조금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우리들 삶의 질을 본질적으로 회복시킬 방법은 우리 모두가 '작은 실천'에 나서는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무한증식을 계속해 나가는 '자본'이라는 괴물과 극단적인 양극화, 노동의 소외에 맞서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방법은 '올바른 투자와 올바른 소비'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234쪽, 1만800원.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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