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력없이 무작정 도로주행 응시…노란차량 '아찔운전'

운전면허 간소화후 기능시험 합격 응시생 곧바로 도로주행

6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대학생 최모(23'여) 씨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도로주행시험 차량에 올라탔다. 윈도브러시와 방향지시등을 작동한 최 씨는 감독관의 출발 지시와 함께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왕복 6차로에 진입하면서 최 씨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차로를 변경할 때 방향지시등을 잘못 켜기 일쑤였고, 좌회전을 할 땐 1차로가 아닌 2차로로 진입했다. 직진 차로를 달리다 갑자기 바뀌는 신호등에 놀라 급정거를 하다 횡단보도 중간에 멈춰 서기도 했다. 마지막 과정인 주차까지 끝냈지만 결과는 '불합격'. 첫 주행시험에 떨어진 최 씨는 "도로주행시험을 볼 때까지 전문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지인의 차로 연습해서 다시 시험을 치를 생각"이라고 했다.

운전면허시험 중 장내기능시험이 대폭 간소화되면서 기능시험에 쉽게 합격한 응시생들이 곧바로 도로주행시험에 응시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곧잘 벌어지고 있다. 운전면허 기능시험 합격률이 90%가 넘을 정도로 쉬워진데다 6시간만 연습하면 도로주행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

도로교통공단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코스를 도는 장내기능시험 합격률은 올 1~5월 평균 52%에서 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지난달 10일 이후 87%로 높아졌다. 그러나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같은 기간 60% 수준에서 50%대로 떨어졌다. 자체 면허시험장을 갖춘 전문학원 합격률도 크게 낮아졌다. 전문학원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간소화 이전에는 90%에 육박했지만 간소화 이후 6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주행 운전강사들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최소한의 기어 조작능력이나 사고 대처능력조차 없이 도로주행 연습에 나서는 응시자들이 많기 때문. 갑자기 시속 70㎞로 달리다가 멈춰서거나 운전대를 휙 돌려버리는 일도 허다하다는 게 강사들의 얘기다.

30년 경력의 운전강사 이모(66) 씨는 "며칠 전에는 도로주행 연습 중 1차로로 차로를 바꾸려다 뒤따르던 승용차와 부딪치기도 했다"며 "매 시간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다"고 털어놨다.

대구 북구 D학원 관계자는 "기능시험 간소화된 뒤 실력없는 응시생들이 무리하게 도로주행시험을 보고 있다"며 "도로주행 의무 연습시간도 10시간 이상으로 늘려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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