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위험한 소설/송수경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이 책을 읽지 않고 조선을 말하지 마라"

위험한 소설/송수경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허균은 천부적 재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문장가이며 풍운아였다. 명문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해 일찌감치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 광해군의 눈에 띄어 등용됐으나 결국 광해군 10년에 역모 죄로 능지처사를 당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는 '홍길동전'을 통해 조선사회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했다. 이는 당시 권력자들을 위협할 만큼 혁명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허균이 쓴 내용은 이보다 대담하고 반사회적이었다는 설이 있다. 허균의 원래 글이 너무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어 대중에게는 각색된 내용이 유포됐다는 것.

그렇다면 허균의 '홍길동전'을 각색해 유포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무슨 목적으로 이처럼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이며 허균이 특정 시기에 쓴 글이 모두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이런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전'에 새롭게 접근한다. 허균이 살았던 17세기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사회기강이 급격히 흔들리던 시대다. 이 소설은 매창과 유희경을 비롯한 다양한 실존인물을 통해 17세기 조선인이 품었던 꿈과 열망을 생생히 재현 해낸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허균의 모습을 밀도있게 그려내며 한때 같은 꿈을 꾸었던 동지들이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며 벌어지는 비극과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는 후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적 서술을 통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거칠 것 없이 자유롭게 살던 허균이 지식인으로서 시대적 책무를 각성하는 과정과 숙부의 살아생전 행적을 쫓던 허보가 거대한 음모 뒤에 가려져있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동시에 전개된다. 316쪽, 1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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