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銀魚

'나는/ 봉화 그리며 살아온/ 한 마리 꿈꾸는 은어다// 어려 먼 바다로 떠났다가/ 수박내 향긋한 향수로/ 고향 찾아온 혼인색 은어// 청량산이 문수산이 청옥산이/ 내성천이 운곡천이 두나리가/ 그리워 가슴 앓으며 살아온 나날// 앓다가 앓다가 더는 앓을 수 없어/ 다시 바래미 거슬러 돌아온 나는/ 파아란 별 따 문 한 마리 은어다'

어느 시인은 모천(母川)을 되찾는 회귀성 어종인 은어(銀魚)를 통해 귀향(歸鄕)의 꿈을 노래했다. 은어처럼 어린 시절 대처로 나가 부박한 삶 속을 떠돌다가 기어이 '수박내 향긋한' 향수병이 도져서 '앓다가 앓다가 더는 앓을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연을 절절하게 담았다.

은어는 맑은 물과 흰 모래가 있는 여울목을 좋아해 '수중군자'(水中君子) 또는 '청류(淸流)의 귀공자'란 별명도 지니고 있다. 은어는 예로부터 임금의 수라상에도 올랐을 만큼 그 맛 또한 오묘하다. 향(香)이 좋아 중국에서는 샹위(香魚)라 불렀으며 영문명 또한 Sweet Fish이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이 피란 중에 처음 보는 생선을 먹었는데 별미였다. 이름을 물으니 '묵'이라고 했다. 그 맛에 비해 너무 보잘것없는 이름이라 '은어'라 고쳐 부르도록 했다. 후일 환궁을 한 선조가 당시의 은어 생각이 나서 다시 청하여 먹었더니 피란 시절 궁박했던 당시와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이른 것이 오늘날 '도루묵'이란 어종의 유래가 되었다나…. 조선시대에는 도루묵을 은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회유 어종인 은어는 정확하게 은구어(銀口魚)라 불러 구별했다고 한다.

댐과 수중보의 증설이 은어의 회귀를 막으면서 자연산 은어를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워낙 맑은 물에 살기 때문에 양식도 쉽지 않다. 그런데 경북 봉화군이 10여 년 전 은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내성천에서 해마다 은어축제를 열고 있다.

은어를 맨손으로 잡거나 여럿이 반두로 몰아 잡다 보면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유년의 추억이 수박향처럼 아련히 되살아난다. 잡을 때의 손맛이나 구워먹을 때의 미각 또한 향수를 자극한다. 비록 회귀의 과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양식 은어는 자연산보다 영양소가 더 풍부하다고 한다. 이번 주말부터 봉화에서 열리는 은어축제야말로 고향의 맑은 여울목이 그리운 사람에게는 가슴 두근거리는 그리움일 것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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