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일화 속도조절' 김문수, 당무우선권 쥐고 존재감 각인

양보 다름 없는 단일화 협상으론 정치적 후일 도모 어렵다 계산
경선 승리한 대선 후보 사퇴시킬 방안도 마땅치 않아
단일화 염두에 두고 지지한 여망 끝내 무시할 수는 없을듯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앞세워 대선 당내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양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에 나서서는 후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된 데다 한덕수 후보 지지율 하락 등 변수 발생 시 자신이 본선에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5일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선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 가진다고 돼 있다.

김 후보가 당 지도부 등과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협의는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 당 대표와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를 향해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은 물론 김 후보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대선 후보 지위를 박탈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김 후보는 이날 '단일화 관련 입장문'을 통해 당무 우선권을 강조하며 '조속한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 지도부, 원내 의원들의 압박을 정면 비판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경선 기간 내내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열린 입장을 보여온 김 후보지만, 당내·외 협상 과정에서 '허수아비처럼' 끌려 다니기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고민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김 후보 측 안팎에서는 '양보식의 단일화를 해서는 경선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후보 자신도 정계 은퇴의 길 외엔 선택지를 넓히기 어렵다'는 위기감까지 감지된다.

한 후보 지지율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셈법도 작동하고 있다. 한 후보가 첫 공개 행보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말하며 실언을 하는 등 리스크가 상당해 단일화 협상 시기와 방식에 따라서는 김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것.

다만 김 후보가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해 정치적 이득을 취한 뒤 결국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김 후보 혼자 본선에 나서서는 승리가 요원한 데다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자신을 지지한 보수 진영의 여망을 무시할 수도 없는 여건이다.

단일화를 고리로 한 주도권 싸움이 자칫 당의 내홍으로 이어지거나 단일화 논의 전체를 파행으로 이끌 경우 대선 패배와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김 후보도 이날 입장문에서 "단일화는 추진 기구를 통해 계획대로 진행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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