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제도는 경제적으로 사람이 잘사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 해서 선호하고 있는 경제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작금에 와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할 시장거래에 사람은 간곳없고 영리와 경쟁만 남아 있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기업은 시장을 통한 이윤 극대화에만 관심이 있고, 개인은 소비만족의 극대화에 함몰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과잉소비가 부추겨지고 과잉생산이 유발되며, 그로 인해 자원은 빨리 고갈되고 폐기물 투척과 지구 환경 파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이 잘살아보자고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사람을 소외시키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마저 파괴시키는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인류는 위기를 맞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위기에 근원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비인간성과 비윤리성을 보완할 수 있게끔 윤리적 가치를 시장경제에 도입하는 방책을 찾아야 한다. 즉 시장경제를 유지하되 윤리적 시장경제가 유지되도록 시장에 인간성과 윤리성을 심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나만의 이윤 극대화, 나만의 소비 만족 주의는 유교 윤리의 절제된 생활철학을 통해 조절될 수 있고, 시장경쟁에서 나타나는 승자독식의 불평등 배분구조는 유가의 공동체의식이 작용한다면 재분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윤리적 전통가치를 존중하는 동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윤리적 시장경제 질서의 도입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한 통치이념이자 교육이념이며, 전 백성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린 생활규범이 바로 유교였다. 지금도 가족관계나 가정생활에는 그 전통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 유교를 포함한 동양의 전통윤리와 문화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응용하고 이를 경제규범에 반영하여 사람이 시장의 노예,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는 길도 한국이 앞장서서 개척해야 한다.
유교문화를 전승하고 유가사상의 현대화를 통해 한국전통의 정신문화를 경제생활에까지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담수회의 역할과 기능은 새삼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담수회는 1963년 유학이념의 현대적 응용과 윤리 도덕에 기초한 민족문화의 창달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사회단체이다. 그간 약 50년의 활동 기간 동안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경남 등에 지부를 두는 등 전국적 조직으로 발전해 왔으며, 현재 전국에 걸쳐 약 4천300여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주요 사업으로는 윤리 도덕 선양사업, 사회복지 및 봉사 사업, 충효사상 및 인성교육, 학술지 발간 및 학예진흥사업을 통해 민족문화의 발전과 보급에 기여해 왔으며, 인륜을 강조하는 전통문화의 계승을 통해 현대사회의 정신문화적 병폐를 억제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앞에서 지적한 윤리적 경제질서의 수립과 관련하여 담수회의 역할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현재 담수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 윤리도덕 선양과 인간성 회복, 유학의 현대화와 대중화, 경제와 윤리의 병진 운동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영 목표는 앞에서 지적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적 문제점인 인간성 상실, 윤리성 상실을 보정하는 목표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유가사상의 현대적 응용을 통해 윤리적 시장경제질서를 수립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담수회와 같은 인간성 회복과 윤리성을 주창하는 민간단체가 전국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를 지키는 정신적 치안 조직이 작동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더욱이 요즈음 한국 사회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활동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이 소외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수회는 지방에 본부를 둔 전국 조직의 사회단체이고, 그 영향력이 4천여 회원뿐만 아니라 교육사업과 봉사사업에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담수회의 존재가 지역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큰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의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특별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전통문화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담수회의 역할과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교문화의 중심지임을 자임하고 있는 경상북도에서는 유교문화의 계승 발전과 그 현대적 응용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담수회의 지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손병해(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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