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다음카페 '손잡고 가요'(cafe.daum.net/sarangelan)가 8월 17일로 카페 개설 10주년을 맞이했다. 철물점 주인, 갈비식당 주인, 보험회사 직원, 전·현직 공무원, 의사, 변호사, 검사, 사회복지사, 트럭 운전사, 그림책 작가, 인쇄업자, 간호조무사, 교사, 고등학생, 대학생, 스님, 시인, 주부, 신문기자, 대학교수 등 이 카페 500여 회원들의 직업과 나이는 제각각이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은 '이웃의 오늘과 내일을 살피는 일'이다. 얼굴도 모르는 소년소녀가장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고, 빈방에 홀로 남아 외로운 날을 보내는 노인을 보살피고, 병으로 사회 진출이 어려운 이의 수술을 돕고, 굶주리는 이의 끼니를 잇고, 피자를 사 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피자를 만들어 주고,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며 산책하러 나가고, 겨울을 버티는 노인들에게 연탄과 김장김치를 갖다준다.
또 학비가 없어 자퇴하려는 대학생의 등록금을 마련해줬고, 어린 자식이 20살이 될 때까지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젊은 엄마의 신장수술을 도왔다. 야간 식당일을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나 재산을 잃어버린 젊은 부부의 재활을 도왔고, 부모 없이 자라는 어린 손자들에게 중고 컴퓨터 한 대 장만해 주는 것이 소원이라는 할머니의 소망도 들어줬다. 3년 전부터는 무료급식소 '서로 돕고 사는 집'을 개설해, 혼자 사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도시락과 생필품을 배달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손잡고 가요'는 개인 혹은 한 집안이 겪고 있는 결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10여 년 전 활동을 시작했다. 카페 개설 전부터 개인적으로 이웃을 돕던 사람들이 설립을 주도했고, 카페 개설 이후 동참회원이 급속하게 늘었다.
보살피고 돕기를 목적으로 하지만 이 카페는 사회복지 전문기관이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으며, 상근 근무자도 없다. 참여회원 모두 각자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약간의 자기 시간과 노력과 노동, 성금을 내어 이웃을 돕는다. 따라서 조직 운영에 필요한 일꾼이 따로 없고, 모든 에너지는 고스란히 이웃돕기에 투입된다. 흔히 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단체 운영에 필요한 경비 지출이 대부분일 경우가 많지만, 이 카페는 단돈 10원도 운영비로 쓰지 않는다. 모든 회비와 특별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성금의 집행은 경우에 따라 가장 적합한 회원(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회원)이 맡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꼼꼼하게 남긴다. 이를 위한 개인의 노력과 노동, 시간 투자는 '서로 손잡고 가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돈을 내는 사람과 집행하는 사람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비전문가 집단인 동시에 모두가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비전문 조직임에도 이 카페에는 복지 분야 공무원, 사회복지사 등이 많이 참여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공무원 사회복지조직은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분명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규정 때문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도 법규정상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럴 경우 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인터넷 카페 '손잡고 가요'에 도움을 청한다. 그러니까 '손잡고 가요'는 비전문적이고 작은 시민모임이지만, 때때로 국가조직조차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 '손잡고 가요'는 모두가 주인이다. 카페 개설자가 있고, 운영자가 정해져 있지만 어디까지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오늘 회원으로 가입해도 참여하면 주인이고, 10년 전에 가입했더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객일 뿐이다.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씩 여는 오프라인 모임 때는 처음 나오는 사람도 쭈뼛거리지 않고, 자주 나오는 사람도 큰소리 내지 않는다.
이 카페 운영 방식은 '십시일반'이다. 한 달에 회비로 1천원을 내는 사람, 1만원 혹은 10만원을 내는 회원도 있고, 부정기적으로 30만원을 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좋은 일이 생겼다며 특별성금을 수십만원 내고, 또 어떤 이는 '그 사람 꼭 좀 돕고 싶다'며 특별성금을 내기도 한다. 회비 납부뿐만 아니라 노력봉사 역시 순전히 개인의 역량과 판단에 따라 할애할 뿐이다.
카페 개설 이후 10년 동안 이 모임은 그렇게 해서 수억원의 회비와 성금을 스스로 내고 집행했으며, 그 기록을 수십 개의 통장에 빠짐없이 남겼다. 통장에는 지출 때마다 어떤 이유로, 어디에 지출했는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카페 '손잡고 가요' 운영자 엄지호 씨는 "500여 명의 회원들이 각자의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단 어려운 사연을 접하면, 회원들의 조언이 들어오고, 그 조언을 종합해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세상에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트럭 운전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우리 카페가 잘 보여준다"며 "누가 누구를 돕자는 게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밝은 세상을 열자는 게 우리 뜻이다"고 말했다.
이대현 문화부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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