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운동] 늘어나는 '올빼미족'

# 신진대사 호르몬 낮보다 왕성…성인병에도 좋아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공원, 둔치, 산책로 등에 가보면 자정 전후까지 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걷기, 조깅 등으로 가볍게 몸을 푸는 사람에서부터 테니스, 풋살, 마라톤, 인라인스케이팅 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야간 운동을 하면 건강 챙기기는 물론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에 사는 주부 박금자(49) 씨는 최근 운동시간을 아침에서 밤으로 바꿨다. 박 씨는 10여 년 동안 등산을 즐긴 운동마니아다. 자녀들이 어릴 땐 오전에 에어로빅, 등산 등을 즐겼지만 자녀들이 장성한 지금은 남편과 함께 조깅이나 자전거타기를 즐긴다.

박 씨는 "밤에 남편과 함께 운동을 하면 자녀문제나 노후문제 등 부부간에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야간 운동을 하고 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어 다음날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고 덧붙였다.

◆왜 많이 하나=야간운동은 저녁식사 후 밖으로 나와 느긋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운동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퇴근 후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때문에 동호인들끼리 모이기도 쉽다. 야간운동을 규칙화하면 직장, 친구 등 술자리도 피할 수 있다. 또 부부가 함께 시간에 맞춰 운동할 수 있고, 가족 모두 밤 공기를 마시며 즐길 수 있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데도 좋다.

◆왜 좋은가=우리 몸은 낮 활동을 통해 근육이 충분히 사용돼 밤이 되면 근육의 뻣뻣함이 훨씬 적고 유연하다. 따라서 부상위험은 낮고 운동효율을 높여주는 호르몬의 작용도 왕성하다.

지금까지 운동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시간대는 오후 3~4시였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학의 연구 결과 오후 7시 이후 야간운동이 오히려 낮보다 운동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7시쯤 부신피질호르몬과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량이 가장 신속하게 증가한다. 이들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신체의 각성도를 높여준다.

밤에는 대기오염물질이 아침보다 적고 햇빛에 의한 자외선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밤에 식물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양이 미미해 인체에 해롭지 않다. 야간운동 후 잠잘 때 뇌에서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청소년의 경우 키를 크게 하고 성인의 경우 면역력 증강과 노화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야간운동은 혈당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리며 하루 중 밤에 혈압이 낮기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뇌졸중,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성인병 인자를 가진 사람도 낮보다는 야간운동이 좋다. 단 당뇨환자는 밤 10시 이후 고강도 운동은 피해야 한다.

야간운동으로는 걷기와 맨손체조, 가벼운 조깅이 적합하며 저녁 식사 후 오후 7시부터 10시 사이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주의할 점=야간에 운동할 때는 부상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공원 및 둔치에는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지만, 낮의 태양빛에 비해서 밝기가 크게 떨어진다.

또 곳곳에 가로등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 존재한다. 넘어지거나 부딪히지 않도록 항상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돌부리에 걸려 발목을 삐거나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시야를 넓게 확보하는 게 좋다. 특히 노인들은 시력도 떨어지고 관절이 약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운동복은 눈에 잘 띄는 밝은 색 계통이나 야광물체가 부착된 것을 입고, 야광밴드를 몸이나 운동기구에 부착하는 게 안전하다. 땀을 많이 배출하려고 땀복을 입는 것은 좋지 않다. 열의 발산을 막아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야간운동은 절대로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면 1시간 전에 운동을 끝내야 잠을 푹 잘 수 있다.

야간운동 후 약간 차가운 물로 체열을 식혀주는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사우나나 온탕욕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정승필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