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한 쌍의 신랑 신부다. 막 인생의 절정기를 맞고 있는 신랑과 신부는 그러나 얼굴이 없다. 시커먼 재가 된 듯 구겨지고 부서져 공중으로 흩어진다. 이들의 얼굴은 어디로 갔을까.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추종완의 전시가 12월 10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추종완은 2002년부터 인체를 통해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표현해왔다. 탄탄한 팔, 다리와 대조적으로 상체 부위는 언제나 시커먼 재처럼 표현된다.
"인체를 다루는 작가는 많아요. 인체를 통해 사람의 부조리나 고뇌를 표현하기 위해 저만의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의 관심은 '인간'에서 조금 더 좁혀져 '현대인'으로 좁혀졌다. 그동안 알몸으로 표현되던 사람은 말쑥한 옷을 갖춰 입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타락한 현대인에 대조적인 존재로 아이와 동물을 내세웠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인간의 이기심과 가식으로 인해 자연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자연의 모든 존재는 순행하는데 인간은 왜 역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현했지요."
사람이 목줄을 해서 매여 있는 치타, 맑은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는 진돗개, 사람을 태운 말은 온전한 형상에 맑은 눈빛을 띠고 있다. 말의 고삐를 잡고 있는 아이도 정상적이다. 다만 탐욕과 헛된 욕망으로 가득 찬 어른들만이 형상이 일그러져 있다.
그가 꿰뚫어본 인간의 본질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담겨 있어 성찰의 지점을 던져준다.
작가는 일찌감치 미술 평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아온 작가이고 영국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언급되고 있다.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단체전을 하기도 하고,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독창적인 개념과 뛰어난 데생 실력을 가진 작가의 평면 대작과 작가의 개념을 형상화 시킨 입체 소품, 사진작품도 있다. 대구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에서 작가의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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