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친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13) 군을 지속적으로 폭행 협박한 가해학생 2명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도저히 중학교 2학년 수준의 학생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이들은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받아 A군의 머리를 2, 3차례 밀어 넣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이틀 뒤에 또다시 물고문을 모의하기까지 했다.
대구 수성경찰서가 29일 A군 자살 사건에 대한 종합 브리핑을 통해 밝힌 이들의 A군에 대한 폭행, 갈취 행위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특히 A군이 자살하기 하루 전인 19일에 발생한 폭력은 섬뜩했다.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단소로 폭행하고, 라디오를 들고 무릎을 꿇게 해서 벌을 세웠다. 칼로 몸을 그으려고 했고, 라이터로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더욱이 라디오 전기선을 A군의 목에 묶고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했다. 가해학생들은 9월 중순 이후 총 33회에 걸쳐 게임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군을 폭행했다. 옷가지와 먹을거리 등 닥치는 대로 뺏고 돈까지 갈취했다. 경찰은 증거물로 이날 라디오, 점퍼, 라이터, 단소, 칼, 복싱 글러브 등을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악날한 방법을 동원해 A군을 괴롭혔다. A군의 어머니는 "나도 교사지만 이런 폭행은 처음 본다"며 울먹였다. A군의 자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조차 "성인 뺨치는 이런 악질 폭행이 중학생 사이에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할 말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A군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교육당국과 학부모 관련 단체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백가쟁명식 대책을 내놓고 있다. 29일 대구시교육청에는 전국의 교육감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해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처 없는 미봉책으로는 학교 폭력을 절대 줄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학부모와 학교가 아이들의 진학에 들이는 노력의 절반만 학교 폭력 방지를 위해 공을 들이면 학교 폭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는 교육 정책을 바꾸지 않고는 제2, 제3의 A군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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