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제 포화론에 대한 견해

국내에는 부산, 전주, 부천 등 3대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한 해 평균 70여 개의 규모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이다. 한때 주요 영화제의 성공에 자극받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영화제 개최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거나 기획을 준비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국내에 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의견과 경제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는지 최근에는 상당수의 영화제가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되어 개최되고 있다. 2001년에 야심차게 출발한 광주국제영화제가 작년에는 경쟁 부문 없이 60여 편의 상영작만으로 진행되었고 전통과 고전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경우 작년에 예산편성을 받지 못해 할머니가 손자의 손을 잡고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관객이나 영화 제작자들은 아무도 영화제가 많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실제로 주요 영화제의 입장권은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영화제를 관람하기가 무척 어렵고 한 해 제작되는 국내영화 일부만이 영화제를 통해 상영된다. 오히려 상영의 기회를 얻지 못한 감독들은 영화제의 상영작 수를 늘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를 숫자로 계산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경제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부족하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약 100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되는데 경제효과는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북대 인문영상연구소에 의하면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은 30억원 정도이지만 경제효과는 3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이번 주에 다녀온 인구 65만의 전주 구도심 상권은 매우 한산했지만, 영화제 기간에 도시의 인구 절반을 넘는 무려 40만의 외부인이 그 거리에서 영화제를 관람하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를 찾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영화제의 예산을 협찬사가 아닌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효과의 수혜를 누리는 것이 해당 지자체와 지역민인 만큼 이를 편성함이 오히려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국내에 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영화제가 늘어나면 날수록 영화제작자들은 많은 영화를 선보일 수 있고 관객은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자체의 살림에도 보탬이 된다.

특히 필자의 고향이자 삶의 기반인 대구에서 국제영화제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중심가에 극장이 밀집되어 있어 다른 지역처럼 관객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극장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도 없고 주요 편의시설과 숙소도 인접해 있다. 또한, 교통이 발달해 있는 분지지형은 도시 관광 연계에 매우 유리하다. 혹시 지자체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계획대로 추진하시기 바란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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