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조업체 전기요금 '이중 폭탄'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피크요금제 확대까지

대구 지역 중소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랐다. 회사에서 사용한 전기요금이 지난해 겨울보다 20%가량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니 사용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적었다. A씨는 "지난해 산업용 전기료 인상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5, 6% 정도 오를 것이란 예상은 했다"며 "하지만 막상 나온 전기요금이 피크요금제 적용 때문에 20%나 올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전기요금 폭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올 1월부터 전력피크시간대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피크요금제가 확대 시행된데다 산업용 전력 요금까지 올라 부담이 이중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올 1월 1일부터 피크요금제 적용대상이 1천㎾ 이상에서 300㎾ 이상 사용 업체로 바뀌면서 대상 업체가 1만3천 개에서 11만1천 개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8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전기 기본요금이 오른데다 피크시간 전기요금 부과액도 크게 올랐다. 겨울철 피크시간대(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8시, 오후 10~11시) 전기요금(산업용 을'고압A'선택2 기준)은 ㎾h당 108원에서 139원으로 28.7% 높아졌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새롭게 피크요금제를 적용받는 업체들은 10~20%가량 추가로 전기요금을 내게 됐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해보다 전력사용량은 70% 늘었는데 요금은 딱 2배가 나왔다"며 "단계적으로 피크요금제를 적용했다면 부담이 적었을 텐데 갑자기 늘어난 요금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계약전력 1㎾ 이상인 사업체들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피크시간대(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 전력사용을 지난해보다 10% 줄이는 피크타임제까지 적용받고 있다. 피크요금제와 피크타임제를 함께 적용받는 업체는 대구경북 1천888개, 이 중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제조업체가 1천250개다.

점토벽돌생산업체 삼한C1은 이중으로 적용되는 전력규제를 대비해 출근시간을 오전 8시에서 7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기존에 낮 12시부터였던 점심시간을 피크요금 적용시간인 11시로 앞당겨 전력사용량 10% 의무감축도 하고 전기요금도 절약하려 했던 것.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15일에서 올 1월 15일까지 전기요금이 전년보다 20%가량 높게 부과됐다. 삼한C1 한삼화 회장은 "지역 제조업체들은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낸다는 마음으로 아끼고 아껴 회사를 꾸려가는데 전기요금 폭탄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속앓이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본요금이 인상될 경우 제조 가격에 요금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지만 피크요금제나 피크타임제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뚜렷한 명분이 없어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지역업체 대표는 "우리 입장에서는 제조 비용 부담이 커져 가격을 상승한다지만 거래처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니 가격을 올리면 좋지 않은 말이 나온다"며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이런 식의 꼼수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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