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천 서류 준비 날샌다" 예비후보들 골머리

각종 진술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방불

총선 예비후보들이 복잡한 제출 서류 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첨부 서류 때문에 신청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고, 대학교수 등 전문가그룹이나 정치컨설팅업체에 자문하는 후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경우 예비후보들이 내야 하는 서류가 24가지에 이른다. 신청서'당적확인서'공천 탈락 시 불출마 서약서'피선거권 제한 규정 숙지 및 서약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이다. 이 가운데 후보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이번에 새로 포함된 자기검증진술서다. 청와대가 공직후보자들에게 요구하는 양식과 비슷하며 ▷가족 관계 ▷병역 의무 ▷전과'징계 ▷재산 형성 ▷납세 ▷학'경력 및 직무윤리 ▷사생활 ▷정당'사회활동 등 8개 항목 140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본인과 가족의 이중 국적, 음주 운전, 성희롱 구설, 이혼'재혼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총망라돼 있어 공천 탈락의 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정치 신인 가운데에는 병역이나 재산과 관련해 머리 아픈 후보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작성 요령을 묻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비후보 A씨는 "거짓 진술 여부를 가려낼 검증 수단이 마땅치 않아 보이고 워낙 구비 서류가 많아 '제대로 읽어볼까'하는 우려가 앞선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가족 관련 항목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배우자의 소득'재산'종합부동산세 납부'체납증명서, 범죄경력 증명서, 국민연금 가입내역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와 직계 비속의 군 복무확인서도 필요하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다.

당선 후 상임위 활동 등을 기술하는 의정활동계획서의 경우도 현역 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출신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비후보 B씨는 "초선 의원도 2년 정도는 지나야 국회에 익숙해지는데 신인들에게는 다소 어렵다"며 "신인들의 참신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현역 의원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돈도 적게 드는 게 아니다. 신청비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심사비 100만원과 당비 180만원을 내야 하고 민주통합당은 당비는 없지만 심사비가 300만원에 이른다. 통합진보당은 심사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 C씨는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돌려주지도 않으면서 정당들이 받는 비용이 너무 많아 부자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민주통합당 후보 D씨는 "심사비 근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어 후보들의 불만이 적지않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후보 신청을 받는다. 전체 구비 서류는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며, 온라인으로만 접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명숙 당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공천 때는 수많은 서류로 인한 종이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방문 접수로 인해 불편함이 있었다"며 "모바일 투표와 함께 스마트 정당의 실천으로 종이 없는 공천심사를 전면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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