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앤디 워홀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이하 VU)의 만남은 당시 뉴욕 예술계가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앤디 워홀의 공장(The Factory)을 중심으로 모인 예술가들은 1960년대 대중음악이 획득한 자의식을 자신들의 세계에 끌어들이고 싶어했다. 미국 동부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보수적인 미디어에서 환영받지 못한 자신들의 음악을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 주변에는 스타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로 득실거렸고 이들은 자신들의 이념이나 예술 세계와 상관없이 앤디 워홀 덕보기에만 눈이 멀어 있었다. 이들 가운데 줄리언 슈너벨이나 장 미셸 바스키아처럼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앤디 워홀을 저격했던 발레리 솔라나스처럼 비참하게 인생을 마감한 경우도 허다했다.
VU에게 있어서 이런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앤디 워홀의 재정적인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VU의 음악은 백인 중산층에 대한 분노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노래한다. 오히려 슈퍼스타가 되기를 철저하게 거부하면서 그들만의 이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VU의 음악은 데뷔 시절부터 한결같은 분위기를 들려준다. 물론 하나의 이미지를 노래하지는 않는다. 실재하지만 숨기거나 은유하던 것들을 루 리드의 나른하고 타락한 읊조림과 존 케일의 아방가르드 연주, 모린 터커의 함량 미달이지만 난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드럼으로 풀어낸다. 서부의 싸이키델릭과 유사하기도 했지만 VU의 음악은 도피하지 않고 현실을 지적으로 또는 미학적으로 표현한다.
한때 마약을 예찬한다는 오해로 한국에서 금지곡으로 외면받았던 '헤로인'(Heroin)처럼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노래한 곡이 그렇다. 또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된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의 나른한 서정성도 마찬가지다.
2009년 5월 30일, 시카고의 '굿맨 시어터'에서는 의미 있는 영화 한 편이 상영회를 가진다. '탐 스토파드의 로큰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역사를 바꾼 록밴드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VU는 세계사를 변화시킨 가장 위대한 밴드로 이야기된다. VU에게서 영향 받은 '플라스틱 피플 오브 더 유니버스' 같은 동유럽 밴드는 훗날 체코 민주화를 이끄는 주역이 된다. 영화에서 말하듯 로큰롤은 젊은이들에게 음악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후견인이면서 정치 변혁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VU는 그 사실을 가장 냉소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이끈 로큰롤 애니멀 집단이었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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