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서 배운 지식, 우리 부부 손잡고 지역에 봉사하고파"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지역에 봉사하는 일에 쓰고 싶어요."

9일 예천의 경북도립대학 학위수여식장. 까만 졸업가운을 입은 수백 명의 졸업생들 사이에 학사모를 쓴 노년의 부부가 눈에 띈다. 이들은 2010년 환갑이 넘은 나이에 경북도립대학 지방행정과를 입학해 이날 졸업하는 김호건'권성옥(62) 동갑내기 부부.

이들은 막내아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당당히 경쟁해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으로 학사모를 쓰게 됐다. 특히 김호건 씨는 젊은 시절 대한석탄공사 노조위원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학회장을 맡았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전직 문경시의원으로 8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부의장까지 지낸 김 씨는 "지난 8년간 문경시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지방행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문경지회장을 맡아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고엽제 피해를 입은 퇴역군인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판 미스사이공'(본지 1월 25일자 8면 보도)의 주인공인 박홍길 씨가 가족을 찾으러 베트남으로 무작정 나설 때 그를 돕기 위해 동행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 졸업한 부인 권성옥 씨는 37년 동안 문경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정년퇴임했다.

권 씨는 "처음엔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공무원 출신으로 늘 고민해왔던 지방행정 이론을 배워 유익했다"고 했다.

김규덕 경북도립대 지방행정학과장은 "두 분이 비록 많은 나이에 책을 잡기는 했지만 학문에 대한 열의는 젊은 학생들 못지 않았다"며 "학생들을 바른길로 이끌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우리학교의 자랑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북도립대학은 올해 이들 만학도 부부 외에도 334명이 졸업해 사회 초년생으로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예천'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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