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호화사치 결혼식 이제는 부끄럽게 여길 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가 자녀 결혼식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르거나 비용이 저렴한 공공 회관'교회 등에서 할 경우 소속 기관 평가 때 가산점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년 200여 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반부패 평가 시 경조사 항목을 신설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호화사치 결혼 풍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은 여성가족부에서 별도로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수천 명의 하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일부 계층의 호화사치 결혼식 풍조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일부 고위 공직자들과 부유층이 특급호텔에서 보란 듯 치르는 호화사치 결혼식의 폐단은 예식 비용과 하객 수에 비례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당장 청첩장을 받아든 하객 입장에서는 부조금 액수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특히 혼주가 공직자라면 더욱 부담을 갖게 되는 게 요즘 세태다. 결혼식이 사치스러운 만큼 비리와 부패에 휘말릴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계층의 일로만 여겨졌던 잘못된 풍조가 전 사회적으로 파급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호화사치 결혼식에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체면을 중시해 자기 분수와 형편을 넘어서는 무리한 결혼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결혼식이 혼주에게 유행어대로 '등골 브레이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공직자라 할지라도 결혼식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공직자들이 자녀 결혼식을 분수에 맞게 치르고 바르게 처신했다면 이런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번의 방침이 우리 사회의 그릇된 허례의식을 바로잡고 잘못된 경조사 관행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면 불만을 가질 게 아니라 적극 권하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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